선녀 콤플렉스 - 김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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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스페셜 – 동화]

 

 

선녀 콤플렉스

 

 

김태호

 

 

 

 

 

    좁은 거실, 창가 구석이 엄마의 자리다. 고개를 떨군 스탠드 밑에 붉은색 나무 소반이 있고, 소반 위에는 반짇고리가 놓여 있었다. 엄마는 고개를 들면 하늘이 보이는 그 자리에 앉아서 늘 손바느질을 했다.
    “실을 길게 꿰면 게으르고, 멀리 시집을 간대. 엄마가 그래서 이렇게 멀리까지 왔나 보다.”
    엄마가 바느질하던 손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란색 하늘이 아니라 그 너머 어딘가를 보는 듯한 아련한 눈빛이었다.
    “얼마나 먼 데서 왔는데?”
    엄마의 무릎을 베고 있던 동생 벼리가 몸을 뒤척이며 물었다.
    “저기 멀리!”
    엄마는 하늘을 향해 손가락을 가리켰다. 벼리는 멀뚱멀뚱 하늘과 엄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엄마는 바느질을 다시 시작했다. 나는 벽에 기대어 앉아 눈으로 바늘 끝만 쫓았다. 바늘이 높이 솟아 둥글게 늘어졌던 실을 직선으로 만들면 한 땀 한 땀 일정한 간격으로 바늘땀이 늘어 갔다. 이상한 건 바늘땀들이 옷감 속으로 스며들 듯 사라져 버리는 것이었다. 마술처럼 옷감을 이어 가는 엄마의 손길은 부드럽고 재빨랐다.
    “해라야, 실에 끝매듭이 풀리면 지옥에 떨어진다고 해. 무슨 일이든 마무리가 제일 중요하거든.”
    나는 바늘에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바늘이 허공을 찔러댈 때마다 옷은 점점 저고리 형태를 이뤄 갔다. 거의 완성된 노란색 저고리의 넓은 소매는 날아오를 듯 날갯짓을 했다. 바늘과 실을 엮어 당기길 서너 번 반복하자 끝매듭이 생겼다. 매듭도 엄마의 손길을 거치자 원래 옷감과 하나였던 것처럼 깔끔하게 마무리되었다.
    엄마에게 늘 일감을 가져다주는 아줌마가 있었다. 일 년 전쯤, 유치원에서 벼리를 데리고 돌아오는 길에 만난 아줌마였다. 아줌마는 자글자글한 파마머리에 한복을 입고 있었다. 매서운 눈빛으로 다가와 나와 동생 벼리 앞에 쪼그려 앉았다. 너무 가까워서 왼쪽 눈썹 아래 볼록한 점에 난 털까지 보일 정도였다. 도망치고 싶었지만, 동생을 두고 달아날 순 없었다. 아줌마는 내 하얀 블라우스의 바늘땀을 손가락 끝으로 꼼꼼히 만져 보더니 누구 솜씨냐고 물었다.
    “우리 엄…….”
    나는 대답하려는 벼리의 입을 가리고 품에 안았다. 서둘러 집으로 가려는데 아줌마가 덥석 내 손을 잡더니 명함을 건넸다.
    “한, 복, 희.”
    아줌마는 어려운 한자 하나하나를 짚어 가며 소리 내어 읽었다. 그러고는 자기는 한복을 만드는 사람이지 나쁜 사람이 아니라고 말했다. 나쁜 사람이 나쁘다고 말할 리가 없었다. 아줌마는 계속 우리를 따라왔다. 나와 동생은 동네를 멀리 돌고 돌아서 겨우 아줌마를 따돌리고 집에 돌아왔다. 숨 막히는 추격전은 우리의 승리였다. 발이 아프고 배도 고팠지만,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생각도 얼마 가지 못했다. 다음날, 우리 집 현관에 그 수상한 아줌마가 서 있었다. 아줌마는 패배를 인정하라는 듯 내게 손을 흔들며 활짝 웃었다. 어쨌든 그게 인연이 되어 아줌마는 엄마에게 바느질 일감을 가져다주었다.
    아빠는 나무로 가구를 만드는 일을 했다. 작은 목공방을 차린 아빠는 쉬는 날 없이 열심히 일했지만, 항상 빚에 쪼들렸다. 좋은 나무를 구하기 위해 나무꾼처럼 며칠씩 산을 헤매다 돌아오기도 했다. 아빠가 바쁘게 뛸수록 나아지기는커녕, 집에 찾아오는 사람만 더 늘어났다. 돈을 갚으라고 온 사람들은 문을 부숴버릴 듯 두드려대었다. 그때마다 우리는 엄마 품에 안겨 달달 떨어야 했다. 우리만큼 엄마도 떨고 있었다. 그렇게 어렵게 버티고 있던 집에 손바느질 일감은 제법 도움이 되었다. 엄마가 아줌마를 한 여사라 부르며 깍듯이 대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조금씩 형편이 나아지는가 싶었는데, 아빠가 쓰러져 병원에 입원하고 말았다. 금방 나을 줄 알았던 아빠는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그날 이후로 한 여사가 바느질 옷감을 들고 집에 찾아오는 날이 더 많아졌다. 엄마는 한 여사에게 점점 더 의지하는 모습이었다. 아빠가 없는 집에 한 여사는 오래 머물다 가곤 했다. 한 여사의 행동이 조금씩 이상한 걸 느낀 것도 그쯤이었다. 어느 날인가 엄마가 없는 사이 안방에서 옷장을 뒤지던 한 여사와 눈이 마주쳤다. 처음 만났던 날의 매서운 눈빛이었다. 당황한 듯한 여사는 말을 더듬거리며 가위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가위는 거실 소반 위에 놓여 있었다. 나는 한 여사와 가위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다음날, 훔쳐갈 것도 없는 집에서 뭘 찾고 있었을까? 급식 줄에 서서 한 여사를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뒤에 서 있던 아이가 등을 찔러대었다. 내 차례였다. 서둘러 식판을 잡는데 누군가 같은 식판을 잡아챘다. 하필 소문이 안 좋은 남자 아이였다. 다른 한 명과 함께 새치기한 것이다. 뭐? 불만 있냐는 표정으로 아이가 눈썹을 찌그러트리며 식판을 잡아당겼다. 그래도 나는 식판을 놓지 않았다. 식판을 두고 실랑이가 오갔다.
    “놔. 놓으라고.”
    상대가 내 눈앞에 주먹을 쥐어 보였다. 덜컥 겁이 났다. 하지만 마음과 다르게 식판을 잡은 손에 더욱 힘이 들어갔다. 그때 파란 체육복이 내 앞을 막아섰다. 운동장처럼 넓은 등판 너머로 살짝 옆얼굴이 보였다. 처음엔 체육 선생님인 줄 알았다. 몸을 비틀어 올려보니 덩치만 컸지 얼굴은 또래 여자 아이였다.
    “너…… 넌 뭐야?”
    남자 아이들은 주춤거리다 한 덩어리로 뭉쳐 체육복 덩치를 밀어붙였다. 체육복 덩치는 철근으로 뿌리를 내린 시멘트 기둥처럼 그 자리에 딱 버티었다. 두 남자 아이가 밀어도 꿈쩍하지 않았다. 소란이 일자 선생님이 뛰어왔고, 아이들은 두고 보자는 뻔한 말을 남기며 맨 뒷줄로 도망쳤다. 체육복은 힐끔 나를 내려 보고는 자기 줄로 돌아갔다. 체육복 등에 ‘역도부 이강주’라는 흰 글자가 붙어 있었다. 그게 강주와의 첫 만남이었다.
    식당에서 밥은 먹는 둥 마는 둥 하며 내내 강주를 놓치지 않았다. 밥을 다 먹고 식당을 나서는 강주를 쫓아가 말했다.
    “나도 역도부 하고 싶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강주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비쩍 마른 몸이 왠지 더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역도 아무나 하는 거 아니거든.”
    황당한 얼굴로 강주는 나를 밀쳐내려 했다. 나는 덥석 강주의 팔에 매달렸다.
    “난 해라야. 강해라. 제발 부탁이야. 나 좀 도와줘!”
    강주는 나를 떼어내려 했고, 나는 떨어지면 죽을 것처럼 한참을 버티어냈다. 강주는 예상 못 한 상황에 당황하며 밀어내려던 손을 멈추고 나를 내려다봤다. 어이없는 표정이었지만, 입가가 살짝 올라가 있었다.
    강주가 역도부 양 코치에게 나를 소개했다. 덩치는 작지만, 힘이 좋다고 말했다. 양 코치는 내 몸을 훑어보더니 마땅찮은 표정을 지었다. 강주는 한 손으로 역기를 번쩍 들어 내 앞에 내려놓았다. 양 코치는 무릎까지만 들어 올리면 역도부를 시켜 준다고 말했다. 무릎 정도쯤이야.
    “이얍차. 잉차.”
    역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바닥에 강력접착제를 붙여 놓은 것처럼 떨어질 줄 몰랐다. 끙끙대는 목소리가 체육관에 번져 갔다.
    “내보내!”
    양 코치 말에 부원들이 달려들어 역기에 매달린 나를 떼어내려 했다. 나는 벼랑에서 나무에 매달렸다고 생각했다. 놓치면 죽는 거다. 한참 실랑이를 벌이다 역도부원들이 먼저 포기했다. 강주가 그거 보란 듯이 양 코치를 보며 웃었다. 결국 양 코치는 훈련하는 거 지켜보고 결정하겠다고 약속했다.
    체육관에서 너무 힘을 썼다. 집에 돌아와 물먹은 솜처럼 거실 바닥에 납작 달라붙었다. 엄마는 바느질하고 벼리는 TV를 보고 있었다. 채널을 돌리던 벼리가 화면을 멈추었다. 화면 속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분명 많이 본 사람인데 누구지? 진한 화장도 눈썹 아래 볼록한 점은 가리지 못했다.
    “아줌마다!”
    벼리가 먼저 소리쳤다. 한 여사는 ‘한복희 명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인자한 표정으로 관객들 앞에 서 있었다. 게을러 보이던 파마머리는 쪽 댕기를 하고 머리 뒤쪽으로 틀어 비녀를 꽂은 세련된 모습으로 바뀌어 있었다. 아줌마는 자기가 직접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만들었다며 한복들을 소개했다. 화면에 나오는 한복들은 모두 엄마의 손길이 입혀진 옷들이었다. 갑자기 엄마가 눈을 찡그렸다.
    “엄마, 피가 나!”
    바늘이 엄마의 왼쪽 검지에 깊이 박혀서 피가 뚝뚝 떨어졌다. 엄마는 그것도 모른 채 화면 속 한 여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손을 덜덜 떨면서.
    모두 엄마가 만든 한복들이었다. 내가 자다가 일어나 화장실에 갈 때도, 학교에 갔다 와도, 친구들과 놀다 들어와도, 밥 먹고 텔레비전을 볼 때도, 동생이 무릎에 얼굴을 포개어 잠들어도 엄마의 손바느질은 멈춘 적이 없었다. 어떤 때는 바느질하며 잠을 잤다. 고개를 숙이고, 눈은 감은 채 가슴이 오르락거리며 규칙적인 숨을 토해 내었지만, 그 순간에도 반복되는 손의 움직임은 정확한 간격을 유지하고, 바늘이 멈춰야 할 곳에서 용케도 멈춰 섰다. 잠을 자는지 마는지, 밥은 먹는지 어떤지, 엄마가 갖은 솜씨로 정성을 들여 만들어낸 한복들이었다. 한 여사는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나는 분한 마음에 주먹을 꽉 쥐었다.
    이틀쯤 지나서 1층 엘리베이터 앞에서 한 여사를 만났다. 엄마를 만나고 온 것 같았다. 내 인사도 받지 않고 그냥 나를 지나쳐 갔다. 망설이던 나는 한 여사를 향해 소리쳤다.
    “우리 엄마가 만든 거잖아요?”
    한 여사는 고개를 돌려 나를 매섭게 쳐다보았다. 목소린 당당했는데 고개가 저절로 숙여졌다.
    “누가 아니래? 누가 만들든 내 이름과 명성으로 팔려 나가는 거야. 엄마보고 하기 싫으면 언제든 그만 하라고 해.”
    마땅히 대적할 만한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옷도 나한테 넘기라고 해.”
    차가운 눈빛에 더해지는 웃음은 무섭기까지 했다. 마침 한 여사가 그 자리를 떠나 다행이었다. 그 옷은 뭘까? 뭘 넘기라는 거지?
    한동안 1층에 머무르다 집으로 올라갔다. 현관에서 신발을 벗다가 그대로 멈춰 섰다.
    사사삭 사라락
    작은방 문틈으로 오로라처럼 오묘한 빛이 새어 나왔다. 두려움보다 호기심이 앞섰다. 몸은 최대한 웅크리고 뒤꿈치는 바짝 날을 세웠다. 살짝 벌어진 문틈으로 방 안을 보았다. 맨발이 보였다. 공중에 떠 있는 유난히 하얀 맨발. 나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설마!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벽을 집고, 다시 확인했다. 맨발은 공중에 뜬 채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바람도 없는데 하늘거리는 옷자락, 사락사락 풀 먹인 옷감이 서로 스치며 날카로운 소리를 내었다. 켜켜이 쌓인 얇은 천은 한복도 아니고 드레스와도 달랐다. 커다란 잠자리 날개를 여러 개 겹쳐 놓은 것 같은 신비한 옷을 입고 엄마가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다.
    “헙!”
    입을 막았지만, 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왔다. 엄마가 얼굴을 문 쪽으로 돌렸다. 눈이 마주쳤다. 도망갈 힘이 없었다. 천천히 뒤로 물러나 벽에 기대어 앉았다.
    잠시 뒤, 옷을 갈아입고 거실로 나온 엄마가 내 옆에 앉았다. 엄마가 내 손을 잡았다. 깜짝 놀라 손을 빼서 가슴팍에 끌어안았다. 문득 떠올랐다. 잊고 있던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난 것이다. 오래전 잠결에 벼리를 안고 공중을 미끄러지듯 떠다니던 엄마를 보았었다. 어린 나에겐 엄마가 떠 있다는 사실보다 품에 안긴 막내가 더 부러울 뿐이었다. 꿈같던 그때 기억이 현실로 되살아났다.
    “어릴 적에 본 게 꿈인 줄 알았어.”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세상에 진짜 선녀가 살아?”
    고개도 들지 않고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는 그냥 해라와 벼리의 엄마일 뿐이야.”
    “그럼 다시 하늘로 돌아가거나 그러진 않겠네? 그런 거 아니지?”
    “오늘 마지막으로 입어 본 거야. 너무 걱정하지 마.”
    엄마는 나와 잠깐 눈을 맞추고 고개를 들어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봤다. 뭔가 그리움이 가득한 눈빛. 항상 그 자리에 앉아 있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방으로 들어가 옷도 벗지 않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눈을 감아도 잠이 오지 않았다. 벌떡 일어나 무작정 집을 나섰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체육관 앞이었다.
    “헛, 둘, 헛, 둘.”
    아무도 없는 체육관에서 강주가 혼자 운동을 하고 있었다. 땀이 범벅된 강주가 나를 보더니 환하게 웃었다. 강주는 턱으로 역기를 가리켰다. 나는 체육복으로 갈아입고 역기를 잡았다.
    뭐라도 잡고 매달리고 싶었다. 두 남자 아이를 제압하는 강주를 보는 순간 나는 이거다 싶었다. 누구도 나를 어쩔 수 없고, 가족에게 힘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시작한 역도가 좋았다. 땀을 흘리고, 없던 힘을 모아 어제 들지 못한 역기를 오늘 들어 올리는 기쁨은 모든 걱정도 함께 날려버렸다. 조금 전의 일도 어쩜 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뒤늦게 나타난 내게 강주는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역도를 하면서 무엇보다 좋은 건 강주와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얼마 되지 않았지만 우린 금방 친구가 되었다. 강주는 덩치만큼 마음도 넓은 친구였다.
    깜깜해지고서야 집으로 돌아왔다. 엄마는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거실에서 벼리와 종이를 오리고 있었다. 달과 별 모양으로 오린 야광처럼 반짝이는 종이가 상자에 수북했다.
    “엄마랑 별 만든다. 언니도 같이할래?”
    나는 벼리 말을 무시하고 얼른 방으로 들어갔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는데, 거실에서 벼리와 엄마의 웃음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몸을 뒤척이며 돌아누웠다. 피곤했는지 스르르 눈이 감겨왔다.
    환한 빛에 눈을 떴다. 날개옷을 입은 엄마가 벼리를 품에 안고 있었다. 엄마는 내 손을 잡더니 방을 지나 창문 밖으로 날아올랐다. “나는 안 갈 거야.” 하고 말했지만, 엄마는 얼굴 한 번 돌리지 않고 하늘로 향했다. 펄럭이는 날개옷 끝매듭이 풀어지는 게 보였다. 나는 “엄마 매듭! 매듭이 풀렸어.”라고 소리쳤다. 하지만 엄마는 알아듣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아아악!”
    나는 침대에서 벌떡 일어났다. 온몸에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잠깐 사이 꿈을 꾼 모양이었다.
    벼리가 문을 열고 들어와 싱글싱글 웃었다. 그러더니 싫다는데도 억지로 나를 끌고 거실로 나왔다.
    “하나, 둘, 셋! 짜잔.”
    벼리가 거실 불을 끄자 천장 가득 밤하늘이 펼쳐졌다. 크고 작은 별과 달들이 빛나고 있었다. 입이 저절로 벌어질 정도였다. 벼리는 엄마 옆에 팔베개하고 누워 천장을 보았다. 밤하늘을 보는 엄마의 눈이 반짝였다. 엄마가 다른 팔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하지만 나는 엄마 품에 눕지 않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하늘 세상은 멋진 곳이야.”
    “정말? 나도 가보고 싶다.”
    엄마와 벼리의 대화가 들려왔다. 나는 몸을 웅크리고 이불을 힘껏 꾸겨 쥐었다. 춥지도 않은데 몸이 부들부들 떨려왔다.

 

    “내려놔, 던져, 던져버려!”
    양 코치의 찢어질 듯한 목소리가 체육관을 가득 채웠다. 역기를 가뿐히 들어 올렸으니 내던지면 그만인데 그 쉬운 걸 제대로 못 했다. 들고 있던 역기를 가슴과 무릎에 걸쳐 가며 천천히 바닥에 내려놓았다.
    “그러다 허리 다친다고!”
    양 코치는 손으로 이마를 짚고 허공에 한숨을 내쉬었다. 나는 역기가 바닥에 내동댕이쳐지는 게 싫었을 뿐이었다.
    양 코치가 호루라기를 길게 불자, 기합소리로 시끄럽던 체육관은 금방 조용해졌다. 훈련이 끝난 아이들은 모두 식당으로 향했다. 어질러진 운동기구들 정리는 정식 역도부원이 되기 전까지 내 몫이었다. 대걸레로 바닥을 닦으려 할 때, 강주가 다가와 내 손에 있던 대걸레를 빼앗으려 했다. 나는 손에 힘을 주고 버티었다. 몇 번의 실랑이 끝에 강주가 웃으며 손을 놓았다.
    “해라야, 네 남자 친구는 엄청 힘들겠다.”
    “무슨 말이야?”
    “뭐긴 뭐야, 넌 한번 붙들면 절대 안 놓아 주잖아.”
    강주가 작은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어대었다. 나는 따라 웃지 못했다.
    “도와줄게. 어서 치우자.”
    강주는 무거운 것을 번쩍 들어 옮기고 나는 바닥을 닦았다. 둘이 힘을 합치니 금방 청소를 끝낼 수 있었다.
    ‘빰빰 빠빠바밤 빰빰빰 빠바바바아밤’
    강주는 휴대전화에서 노래를 틀고 체육관 한가운데 서서 두 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강주는 매번 운동이 끝나면 개선행진곡을 틀었다. 나도 강주 옆에서 만세를 외치듯 손을 들고 눈을 감았다. 승전보를 알리는 나팔소리처럼 멋진 음악이 배경으로 깔렸다. 금메달을 따고 환호하는 관중들 앞에 선 것 같았다. 음악에 맞춰 심장이 쿵쿵 뛰었다.
    ‘쿵’ 소리에 눈을 떠보니 강주가 체육관 바닥에 벌러덩 누웠다. 나도 강주 옆에 바짝 붙어 누웠다.
    “난 운동 끝나고 바닥에 누워서 이 음악 들을 때가 제일 좋더라.”
    강주가 나를 보며 하얀 이를 드러냈다. 우린 나란히 누워 체육관에 힘차게 퍼지는 나팔소리를 들었다. 체육관 지붕 밑 창밖으로 붉게 물든 구름이 빠르게 모습을 바꾸었다.
    “너희 아빠는 좀 어떠셔?”
    음악이 끝나고 강주가 물었다. 나는 병원에 입원 중인 아빠를 떠올렸다. 엄마는 자세한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병원에 다녀온 엄마의 표정에서, 무엇보다 날이 갈수록 말라 가는 아빠를 보면서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좋아지셨어.”
    “그래, 금방 일어나실 거야.”
    그때 양 코치의 목소리가 들렸다.
    “너희 둘. 밥 안 먹을 거야. 얼른 식당으로 뛰어가!”
    양 코치의 말에 강주와 나는 손을 잡고 기뻐했다. 정식 역도부만 이용할 수 있는 식당에 양 코치가 나를 부른 것이었다. 이제 진짜 역도부원이 된 것이다.
    그날 밤, 집 앞에서 다시 한 여사를 만났다. 한 여사는 번쩍이는 새 자동차 뒷자리에 앉아 있었다. 나를 보자 기다렸다는 듯이 차 문을 열고 타라고 말했다. 내가 머뭇거리자 한 여사가 차에서 내렸다.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운 바느질이 뭔지 아니?”
    뜬금없는 이야기에 나는 눈만 껌벅이며 한 여사를 쳐다보았다.
    “바느질 자국이 없는 바느질이야. 너를 처음 만났을 때, 네 블라우스를 보고 단번에 알 수 있었어. 너희 엄마가 어떤 사람인지를.”
    “무슨 말을 하는 거예요?”
    “너도 알고 있다고 네 엄마가 그러더라. 그 사람들 중에서도 네 엄마는 정말 뛰어난 솜씨를 가졌어. 그걸 알아볼 수 있는 사람도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
    나는 한 여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혹시 한 여사도 엄마처럼 아주 먼 곳에서 온 사람일까? 한 여사는 내 눈을 피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 봤다.
    “그 사람들은 결국은 떠나게 되어 있어. 너, 엄마가 떠날까 봐 두렵지? 그 옷만 없애면 되잖아. 날개옷! 내게 가져다줘. 그 방법밖에 없다.”
    순간 한 여사 눈에서 빚쟁이들이 아빠를 내려 보던 눈빛이 떠올랐다. 내놓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어떻게 할 것 같은 눈빛이었다. 한 여사가 점점 더 무서워졌다. 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낙엽이 다 내린 나뭇가지들이 앙상한 모습을 드러내었다. 체육관에 있던 나를 담임 선생님이 급하게 찾았다. 담임은 몹시 곤란한 표정으로 내 가방을 들고 서 있었다. 아빠의 일임을 직감했다.
    반듯하게 누운 아빠는 조금 추워 보였다. 창백한 얼굴에 멍든 것처럼 푸른빛 입술이 도드라졌다. 살짝 벌어진 입술은 공기를 한 모금 물고 내뱉지도 들이마시지도 못하고 있었다. 후! 숨 한 모금 내보내는 게 뭐 그리 어렵다고.
    “후, 후!”
    나는 입술을 오므려 아빠 대신 숨을 내쉬었다. 금방 숨소리는 “흑흑” 울음으로 바뀌었다. 한참을 쏟아지던 눈물이 어느 순간 바닥이 났다.
    흡! 흡! 어깨를 들썩이며 빈 콧물을 삼켰다. 그제야 주위가 눈에 들어왔다. 반듯하게 줄 맞춰진 상들이 하얀 비닐을 덮고 오지 않는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상주 석에 앉은 엄마는 멍하니 허공을 응시하고, 그 옆을 벼리가 지켰다. 한쪽에선 도우미 아줌마 한 분이 커다란 밥솥을 열고 밥을 펐다. 하얀 쌀밥에서 콰아아아 흰 연기가 소란스럽게 쏟아져 나왔다. 넓은 공간에 아무도 찾아오는 사람이 없었다. 아빠의 마지막 가는 길이 참 쓸쓸했다.
    “해라야!”
    정적을 깬 소리는 강주였다. 장례식장 안으로 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강주는 검은색 반소매 티셔츠에 검은 치마를 입고 있었다. 반소매를 입기엔 차가운 날이었다. 밖으로 나온 맨살이 오돌토돌 올라와 붉게 얼룩져 보였다. 강주가 가까워질수록 다 마른 줄 알았던 눈물이 다시 샘솟았다. 강주의 넓은 품에 얼굴을 묻고 울음을 쏟아내었다. 강주는 커다란 스펀지처럼 울음소리와 눈물을 모두 다 몸 안으로 삼켜 주었다.
    한참만에 눈물이 진정이 되고, 나와 강주는 한쪽 벽면에 기대앉았다.
    “안 추워?”
    “빨리 오려고……. 검은색 아무거나 찾아 입었어.”
    강주가 반소매를 자꾸 팔꿈치 아래로 당겼다.
    “강주야, 고마워!”
    “나도 네가 고마워. 나한테 매달려서 부탁 같은 거 한 사람은 네가 처음이었거든.”
    강주가 입 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빨개진 볼살이 잘 익은 감처럼 동그랗게 모아졌다.
    “코치님도 금방 오실…….”
    그때 장례식장 안으로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대여섯 명의 사람들. 검은 양복의 덩치들이었다. 검은색으로 쫙 빼입었지만, 누군가를 위로해 주려고 찾아온 사람들이 아니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어떡할 거야?”
    검은 덩치 하나가 엄마 앞에 서서 소리쳤다. 주어가 없이도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에게 주어는 항상 ‘돈’이었다.
    “있지? 보험 들었을 거 아냐?”
    두꺼운 손가락이 엄마 눈앞을 위협적으로 찔러대었다. 엄마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나는 달려가서 엄마 앞을 막아섰다. 강주도 따라와 내 뒤에 섰다.
    “이것들은 뭐야! 비켜.”
    덩치가 나를 밀쳐내었다. 발가락에 힘을 주고 버티었다. ‘어! 뭐지, 이건?’ 하는 표정으로 덩치가 나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덩치가 내 목덜미를 잡아당겼다. 끌려가던 나는 쇠기둥을 움켜 안았다. 덩치가 한쪽 손목을 잡고 당겼지만 힘껏 버티었다. 강주가 도와주자 덩치 혼자 힘으로 우리를 당해 내지 못했다. 덩치들이 한꺼번에 덤벼들었다.
    “얘들한테 뭐 하시는 거예요?”
    엄마가 벌떡 일어나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곧 ‘짝!’ 소리와 함께 엄마가 그대로 옆으로 쓰러졌다. 덩치가 엄마의 뺨을 내려친 것이다. 순간 세상이 멈춘 것 같았다.
    “앞으로 정신 바짝 차리라고! 멍해 있으면 빚은 어떻게 갚아?”
    덩치가 웃었다. 엄마는 쓰러진 채 고개도 들지 못했다.
    “엄마!”
    나는 덩치에게 달려들어 팔을 깨물었다. 번쩍 하며 뒤통수에 통증이 전해졌다. 덩치의 손바닥은 나무판처럼 단단했다. 나는 아빠의 사진이 놓인 제단에 얼굴을 부딪쳤다. 사진이 위태롭게 흔들렸다. 덩치는 다시 손을 높이 쳐들었다.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우리 얘들 몸에 손대지 마.”
    갑자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앞에 있던 덩치가 ‘퍽’ 소리와 함께 나가떨어졌다. 양 코치가 빨개진 얼굴로 씩씩거리며 덩치를 내려다보고 서 있었다. 진짜 화가 난 양 코치의 얼굴은 무서웠다. 검은 덩치들이 주춤할 만큼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렇다고 물러설 덩치들도 아니었다. 덩치들과 양 코치가 뒤엉키고, 부원들은 말리느라 정신이 없었다. 뒤늦게 싸움 구경 온 다른 사람들, 담임 선생님과 반 아이들도 찾아오고, 얼마 되지 않아 경찰들까지 달려왔다. 조용하던 아빠의 장례식장은 어느새 사람들로 꽉 차서 시끌벅적해졌다. 두리번거리던 내 눈 속에 장례식장 밖에 서 있는 한 여사가 보였다. 한 여사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얼른 뒤돌아가 버렸다. 커다란 덩치들이 서로 뒤엉키다가 아빠의 사진을 건드렸다. ‘째쟁’ 사진이 바닥에 떨어져 깨어졌다.
    “까아악!”
    갑자기 들려온 날카로운 목소리에 사람들은 모두 귀를 막아야 했다. 순간 훅! 바람이 일어났다. 촛불에 불이 꺼지고, 국화꽃들도 바닥으로 떨어져 내렸다. 상 위에 깔려 있던 비닐 덮개들이 사방으로 날아올랐다. 사람들은 모두 소리가 들려온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몸을 웅크린 엄마 몸에서 빛이 새어 나왔다. 그 빛이 조금씩 수그러들자, 새처럼 펄럭이던 비닐 덮개가 한순간 바닥으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그만 돌아가야겠어!”
    엄마는 계속 혼자 중얼거렸다. 나는 엄마와 눈을 맞추려 했지만, 마주한 눈빛은 나를 뚫고 뒤쪽 어딘가를 찾고 있었다. 사방이 막힌 장례식장 안에서 하늘은 보이지 않았다. 하늘만 보이면 엄마가 금방이라도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장례식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다. 우리는 현관에 서서 움직일 수 없었다. 바닥 장판이 들쳐져 있고, 옷장의 옷들은 사방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불들은 솜까지 드러내 놓았다. 누군가 집을 엉망으로 헤쳐 놓았다.
    엄마가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았다. 엄마는 지금껏 한 번도 보지 못한 차가운 표정으로 집 안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몇 시간을 정리한 끝에 간신히 바닥에 앉을 만한 상태가 되었다. 엄마는 식탁 의자를 거실 한가운데로 끌어다 놓고 올라섰다.
    부욱 북.
    엄마는 천장의 벽지를 뜯어내었다. 회색 시멘트벽이 드러났다. 뜯어낸 벽지들을 모아들고 엄마는 작은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가기 전 엄마가 내 손을 잡고 눈을 맞추었다.
    “엄마가 꼭 해야 할 바느질이 있어. 해라야, 동생 돌보면서 조금만 기다려.”
    나는 두려움에 손을 빼려 했다. 그때마다 엄마가 내 손을 억세게 움켜쥐었다. 아프다는 말도 할 수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는 방에 들어가 문을 닫았다. 무슨 일인지 궁금한 나는 얇고 긴 문틈으로 들여다보았다. 엄마는 천장 벽지에 붙어 있던 종이별들을 하나하나 떼어내고 있었다.
    금방 나올 줄 알았던 엄마는 며칠을 방에서 나오지 않았다. 처음에 원망스러웠지만, 아무것도 먹지 못하는 엄마가 걱정되었다. 배고파서 죽으면 어쩌지? 우리만 남겨두고 혼자 떠나진 않겠지? 작은방 창문을 떠올리자 덜컥 겁이 났다. 어렵게 참고 있던 울음이 한꺼번에 터져 나왔다.
    “엄마! 엄마!”
    나는 울면서 세차게 문을 두드렸다. 벼리도 따라 울어대었다. 그래도 방 안에선 아무 대답이 없었다. 울다 지친 우리는 방문 앞에 쓰러져 잠들었다.
    잠든 나를 깨우는 건 벼리였다. 나한테 뺏길까 봐 숨겨 두었다며 가방 속에서 책을 한 권 꺼냈다. 책장을 후루룩 넘기자 뭔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예전에 엄마와 벼리가 함께 오렸던 종이별이었다. 바닥을 맞고 퉁겨져 오른 종이별은 그대로 두둥둥 부드럽게 떠올랐다. 한번 떠오른 종이별은 천장에 붙어서 떨어질 줄 몰랐다.
    “종이 별들이 날개옷이었어.”
    나는 별을 보며 중얼거렸다. 엄마는 방 안에서 조각난 날개옷을 하나하나 다시 꿰맞추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 내 머리를 쓱 쓰다듬어 주었다. 잠결에 부드러운 손길을 느끼고 눈을 뜨려다 고개를 돌렸다. 눈부신 빛이 방 안에 가득했다. 엄마가 입은 하얀 옷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바람도 없는 방 안에 새하얀 날개옷은 깃발처럼 세차게 나부꼈다. 엄마는 잠이 든 벼리를 품에 안고 공중에 떠 있었다.
    “별 한 조각 못 보았어?”
    엄마가 한쪽 손에 부여잡은 날개옷은 마무리되지 못하고 매듭이 풀려 있었다. 벼리가 잠들어 있어서 다행이었다.
    “한 조각만 없어도 날개옷은 매듭을 지을 수 없어. 하늘에 닿기 전에 매듭이 풀려버릴 거야.”
    엄마의 눈빛은 안타까움이 가득했다.
    “그럼, 가지 말고 여기 남으면 되잖아?”
    엄마는 대답 없이 방의 불을 껐다. 날개옷이 은은한 빛을 내며 빛났다. 엄마는 집 안 구석구석을 다니며 빛나는 조각을 찾고 있었다. 나는 고개를 숙여 바지 주머니를 확인했다.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주머니 속 별 조각을 오른손에 움켜쥐었다.
    “그냥 여기서 살면 안 돼?”
    “여긴 너무 힘들어. 우리 함께 가자.”
    엄마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손을 뒤로 감추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너 혼자 여기서 살 수 있어?”
    나 혼자 살 수 있을까? 엄마랑 벼리랑 함께라면 살 수 있어! 대답은 입가에 맴돌 뿐이었다.
    ‘빠밤 빠빠바밤 빰빰빰’ 휴대전화 벨 소리가 들렸다. 내 귀가 꿈틀대었다. 강주에게서 온 전화였다.
    “친구가 더 소중한 거야?”
    “아니, 나는 내가 제일 소중해.”
    엄마는 내 오른손목을 낚아챘다. 내 몸은 가볍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순간 거실을 지나고 베란다를 통해 활짝 열린 창문 밖 허공으로 얼굴이 빠져나왔다. 나는 깜짝 놀라 왼손으로 창문 안전봉을 움켜쥐었다.
    “엄마, 난 여기 남을 테야.”
    자꾸 몸이 떠오르려 했지만, 나는 쇠봉을 쥔 왼손에 힘을 주었다. 날개옷이 하늘을 향해 세차게 펄럭였다. 빨려들 듯 내 다리가 하늘로 솟아올랐다. 왼손을 더 꽉 쥐었다.
    “엄마, 나 사실은 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게 두려워. 난 여기서 살고 싶어. 그러면 나쁜 거야? 나쁜 거냐고?”
    하늘을 보던 엄마가 나와 눈을 맞추었다. 날개옷이 더 세차게 팔랑거렸다.
    “해라야!”
    엄마의 눈에서 작은 눈물방울이 떨어졌다. 눈물방울은 이내 하얀 눈송이로 바뀌어 바람에 휘날렸다. 내 손목을 잡고 있던 엄마 손이 힘없이 풀렸다. 미끄러지듯 엄마의 손바닥이 내 손을 스쳐갔다. 난 손을 펼쳐 꽉 쥐고 있던 별 조각을 엄마 손에 건넸다. 엄마는 마지막 조각을 손에 쥐고 어두운 하늘 위로 올라갔다.
    검은 하늘에서 흰 눈이 떨어져 내렸다. 하나둘 보이던 눈은 금방 함박눈이 되어 쏟아졌다. 하얀 날개옷에 감싸인 엄마와 벼리는 커다란 눈덩이처럼 보였다. 높이 오르고 오르던 눈덩이는 내리는 눈 속에 파묻혀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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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소개 / 김태호

단편 「기다려」로 2013년 창비어린이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며 등단. 그림책 『아빠 놀이터』, 『삐딱이를 찾아라』, 동화책 『네모 돼지』, 『제후의 선택 』, 『신호등 특공』 등.

 

삽화가 소개 / 조경은

대학에서 시각디자인 전공. 미디어아티스트이자 감독.
영상, 디자인, 일러스트레이션, 인터렉티브 미디어를 만들고 있다.

 

   《문장웹진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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