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양 외 1편 - 이서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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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변양

 

 

이서하

 

 

 

서북부 연안의 작은 나라에 살던 왕의 아들은 왕이 된다

 

어느 날 길을 걷던 어린 왕은 우연히
생기로 가득한 올리브나무 숲을 보았다

 

한 곳을 보며 걸어가는 사람처럼 어떤 그리움도 슬픔도 없는 표정으로 서 있는 것은 나무의 일이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주변이 되는 것은 시의 일이고

 

사람은 다른 사람을 주변으로 만들고
우리는 서로 다른 모종의 역사를 가졌으니

 

네가 걸으면 모두가 뒤를 따를 것이며
광활한 초원은 죽음의 무도가 될 것이다

 

그것은 올리브의 예언이자 부왕의 유언이었다

 

스무 해가 지나면 한 그루의 나무는 더 큰 나무로 자라날 것이고 왕의 아들은 왕이 되겠지만

 

연한 것은 쉽게 상하고 유서에 적힌 문장처럼
팔로 자신이 지닌 비밀을 멀리하는 시체들 *)

  *)  주사위 던지기

 

어린 왕은 병든 나무의 가지를 묻어 주었다

 

사람의 뼈였다면 슬펐을 것이다

 

변방을 지키던 병사들이 돌아오지 않자
장승을 세워 그들을 기리는 날이 계속되었다

 

기다리는 것은 다른 재앙의 시작이었지만
그것은 왕이 살아가야 할 이유가 되었다

 

어떤 기다림은 망각의 숲에서 자신의 운명을 마주하고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오늘을 살아가게 하지만

 

돌이켜보면 좋지 않은 일은 좋아지지 않는다

 

 

 

 

 

 

 

 

 

 

 

 

 

폭우

 

 

 

떠난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창가에 앉은 젊은이는 큰 사람이 되라던
신들의 유년이 낡고 오래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우리는 가까스로 계단에 오르고
너는 왜 인사를 안 하니 죽은 것도 아니고

 

동경하는 어린 소녀와 계집은 구름다리 위에서 놀았다

 

어느 날 거구의 한 여자가 나타나
소녀에게 폭풍에 대해 일러주었다

 

높은 곳은 더 높은 곳을 선망하게 하고
모든 것은 변하겠지 물의 형태로 물의 본연한 모습으로

 

바다로 간 형제는 구겨진 종잇장처럼
알아볼 수 없는 문장이 되어 돌아왔다

 

빗물에 미끄러진 화물차가 정류소를 덮쳐 버스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죽었다는 이야기와

 

고여 있던 물에 놓인 전선을 밟은 어느 농부의 죽음을…… 우리는 살아서 알 수가 없지

 

숲의 아이들은 빗물이 세상의 소음을 지우는 것이라 믿는다

 

경험은 진리보다 정확하다는 어느 철학자의 믿음은 습관이 되어버리고 어떤 사람의 선택은 엉망으로 완성된다

 

손댈수록 불투명해지는 구정물처럼

 

그 안에 무엇을 품고 있을지
쉽게 이해하지 않기로 한다

 

그래도 삶은 어떤 믿음으로 나아가고
끊어진 전선처럼 떼를 지어 떠나는 개미들

 

배고픈 아이는 기다리는 것을 모르고
노인은 잠시 쉬었다 가겠다 말하고

 

 

 

 

 

 

 

 

 

 

 

 

 

 

작가소개 / 이서하

1992년 양주 출생.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므두셀라」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문장웹진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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