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아빠가 분다 - 송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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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3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시]

 

 

아빠가 분다

 

 

여전사 캣츠걸(송호정)

 

 

 

1. 직각삼각형

 

세상의 모서리로 좌천되신 아버지
가끔씩 모서리의 언어로 장문의 악몽을 중얼거리시고
터져버릴 듯 단단히 팽창한 얼굴로, 새빨간 항성의 유언 같은 표정으로
가장자리로 쫓겨난, 핏물이 가장 쓰라리게 배인 가장(家長)의 혓바닥을 울렁거리시는데
마침내 아버지가 직각이 되기를 결심했던 밤
천장과 수직을 이루신 아버지, 덩달아 진자운동을 하는 늙은 발짓과
결국엔 끊어진 올가미 컥컥 솟구쳐오르는 아버지의 거친 호흡
아버지는 그만, 점성이 스며든 고통을 참지 못하고 뱉어내는 데에 여념이 없으신데
아버지의 자리엔 바다가 남았다 소금기가 많았다

 

(초상화 속 아버지의 묘사는 여기서 그만)

 

2. 종이비행기

 

이제 다시 든 붓 그릴 것은 추상화 종이비행기처럼 멀리, 멀리, 어디론가, 숨 막히게 달아나신 아버지 갈피 없는 날개를 다신 듯 다시지 않으신 듯 위태롭게 모습을 숨긴, 아버지, 날개엔 상처가 많아 잘 날아오르지도 못하실 텐데 아버지, 심장엔 부패하는 살점 덩어리를 숨기고 있어 무겁기 그지없으실 텐데 아버지에겐 꼬리깃이 없다 새빨간 압류 딱지로 종이비행기를 접어 날리는 나, 여분의 감정, 종착역은 아버지, 그러나 아버지의 이름은 간 데가 없다

 

3. 아버지, 바람

 

아버지가 분다 세상을 스쳐지나 건널목을 건너, 당신 족적을 따라 천천히 돌아오셨다 가루가 된 아버지는 형태가 없다 육신도 없으며 영혼도 없다 산천을 따라 흐르기 시작하는 아버지, 아버지의 묏자리에는 아직 채 날리지 못한 압류 딱지가 새빨간 혀를 놀리고 있는데 바람이 되어 사라지신 아버지, 이제는 태양의 옆구리에 시린 가슴골을 비빌 수 있을까 아버지가 분다 분다는 것은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것 세상은 넓고 나와 엄마 사이의 폭은 좁으므로 아버지의 흔적을 듣는 일은 영원히 없으리라고

 

아버지가 분다 흔적이 분다 아버지의 시취만이 남는다 다만 언젠가 불어 흩어져버릴 것들

 

 

 

 

 

 

 

 

 

 

 

 

 

 

작가소개 / 송호정(필명 : 여전사 캣츠걸)

제13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우수상(시 부문) 수상

 

   《문장웹진 2018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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