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아주 외 1편 - 조동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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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마리아주

 

 

조동범

 

 

 

당신의 반지는 모든 약속을 잊지 않으려 합니다. 불현듯 사랑이 시작되는 것처럼, 잊을 수 없을 미래는 어느덧 펼쳐집니까. 예언서에 당신의 음성은 기록되어 있지 않지만 신성의 모든 날들은 오늘을 예비하고자 당신을 기원합니다.

 

나는 당신의 음성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오래전의 기억처럼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이지만, 문을 열면 나와 당신의 배후는 보다 선명해지려 합니다. 당신의 배후로부터 상류는 비롯되고,

 

나의 배후는 어느새 바다를 예비하려고 합니다. 기착지마다 폭풍은 몰려오고 사라지고, 종착지를 향하는 길목마다 짝을 이룬 기쁨과 슬픔, 평화와 갈등은 그러나 하나의 영토 안에서

 

세계의 모든 신화와 전설을 만들어내려고 합니다. 기차역의 지붕으로부터 당신의 어깨는 누군가의 심장을 두근거리려 합니다. 그리하여 한 잔의 포도주와 식사는 이제

 

예정된 길을 따라 둥지로 날아가는 한 쌍의 새가 되기 시작합니다. 결혼식의 당신들이 서로의 손을 잡을 때마다 어울리지 않는 것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아침 해는 이윽고 밝아 오기 시작합니까. 아니면 영원토록 잊을 수 없는 과거는 완성됩니까. 어느덧 비가 오면 우산은 펼쳐지고, 눈이 내리는 곳에서 지평선은 이제 공중과 하나의 몸이 되어 갑니다.

 

 

 

 

 

 

 

 

 

 

 

 

 

 

므두셀라

 

 

 

공포가 들려오면 당신은 어느 곳으로 사라지려 합니까. 당신의 음성이 나의 심장을 파고들 때. 세계의 모든 종말과 신파는 그러나 아름답습니까.

 

신성은 무너지고, 당신의 주치의는 믿을 수 없는 모든 맹세를 책망하려 합니다. 쥐덫에 묶여 있는 것은 절망입니까. 아니면 참을 수 없는 어느 날의 치명입니까.

 

모든 것은 잊힐 거라는 나의 음성은 당신을 위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춘천의 안개입니까. 안개는 어느새 사라집니까. 안개의 너머에서 박하의 향은 어느덧 당신을 흐느끼려 합니다.

 

당신은 신성의 은혜로운 사람입니까. 그리하여 강물 위로 피어오르는 것은 두려움입니까. 아니면 사랑의 파국입니까. 당신은 이제 세상의 모든 추모와 이별을 흐느끼려 합니다.

 

당신의 심장을 어루만지면 모든 불안과 두려움은 원죄의 밤을 추모하려 합니다. 그것은 죄책의 밤입니까. 아니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완성입니까.

 

세계의 모든 신성이 무너지고, 당신은 이제 씻을 수 없는 상처입니다. 그리하여 토요일과 일요일의 연인들은 이별을 예감하고, 그것은 이제 그 어떤 아름다움을 흐느끼려 합니까.

 

 

 

 

 

 

 

 

 

 

 

 

 

 

 

작가소개 / 조동범

경기도 안양에서 태어나 2002년 문학동네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심야 배스킨라빈스 살인사건』, 『카니발』, 『금욕적인 사창가』가 있으며, 산문집 『나는 속도에 탐닉한다』, 비평집 『디아스포라의 고백들』, 『4년 11개월 이틀 동안의 비』, 이론서 『묘사』, 연구서 『오규원 시의 자연 인식과 현대성의 경험』 등을 펴냈다. 청마문학연구상·딩아돌하작품상·미네르바작품상·김춘수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문장웹진 2018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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