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용의 샹사곡 외 1편 - 송재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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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부용의 샹사곡 *

 

 

송재학

 

 

 

    공자 유성이 부용을 향하야, 내 작일에 낭자의 금셩(琴聲)을 듯고 흠탄하는 배니 가히 일곡을 엇어 드를쇼냐 부용이 사양치 아니코 향을 살으더니 세수하매 거문고를 무릅 우희 언꼬 아미를 숙이고 률려를 변하야 옥슈로 쥬현을 골나 한 곡됴를 알외니 그 소래 비원쳐졀하야 무한한 심사 잇나지라

 

    유성 탄식하며 왈,
    무거븐 률이 압헤 서니 깃털 가튼 률을 절로 다스리니
    묘재라 이 곡이여
    오랑케 따에는 꼿과 풀이 듬성하니
    봄이 와도 봄 갓치 안하
    자연히 의대가 헐거워지니
    허리가 잘록해져서가 아니라네 **
    이는 왕쇼군(王昭君)의 츌새곡(出塞曲)이라
    기러기들이 잠시 날개짓을 잊어 따에 떨어젓다 하니
    청산의 그림자를 보고 병 얻엇다는 사모가 담아젓도다
    호지(胡地)의 끗업슨 하늘과 따도 끗날 때에
    먼 길 떠난 이의 어지러운 심사를 돕나니
    이는 아들과 결혼 ***한 호희(胡姬)의 곡됴오
    변방의 소래라 본대 졍음(正音)이 아니라 하나
    쇼군(昭君)이 오래 흉노를 보담앗스니 그 가상함은
    진선진미하다 할 거시니
    호지와 중원을 무에 가릴 거신가
    가을 무덤에 풀이 마르지 안흔 눈물이 사실인가 하외다
    혹 다른 곡됴 잇는가 감히 쳥하오

 

    이어 부용이 북소래 지축 우는 경파예상우의곡(驚破霓裳羽衣曲), 만발한 흰꼿의 옥슈후뎡화(玉樹後庭花), 류수 묘연하고 락화 표탕하야 락화류슈곡(落花流水曲), 백셜이 분분하는 영문객의 백셜됴(白雪調), 일쟝츈몽이라 슈양뎨의 뎨류곡(隋煬帝 堤柳曲), 우우하며 풍풍흡도다 백아의 슈션조(水仙操)를 골나 일곡 일곡 주하니 유성이 모다 일의일비하야 손으로 셔안을 치며 격졀 차탄하더라

 

    부용이 이예 거문고를 밀치고 쳡이 비록 백아의 슈단을 밋지 못하오나 매양 죵자기를 맛나지 못하옴을 한하엿삽더니 이졔 공자를 뵈오니 평생 쳐음 지음을 만난지라 공자는 일곡을 앗기지 말으샤써 하고 다시 향을 살오며 거문고를 유성에게 젼하니 유성 이 말을 듯고 개연이 거문고를 밧아 슬샹(膝上)에 언꼬 문무현을 골라 한 곡됴를 타니

 

    부용이 얼골빗을 곳치고 말하대
    쳡이 광릉산****의 고아함을 일즉 듯지 못한지로 진짓 신기한 슈단이로소이다
    혹여 숨을 쉬면 곡됴가 이지러질까 감히 호흡을 쉬어가지 못햇나이다
    눈거풀과 입 꿔맨 양 귀만 활개치도록 햇더니
    음이 낮은 곳에 머물면 고요한 가온데 유유한 이치가 스며 잇고
    음이 노픈 곳에 오르면 광활한 리유가 잇스니
    홀로 뒤뜰의 우물 속에 고개를 넛고 큰 소래 작은 소래
    내 속에서 울리듯 부딧쳐 들어 보오니
    그 둘이 서로 북돗우니 엇지 범샹치 아니하외요
    형장에 목을 내놋고 쥬현을 골르는 해슉야(嵇康)의 마즈막은 섭정과 섭영의 마즈막과 다르지 안흐니 흉금의 진루를 씻게 하교셔
    못 들으면 귀(鬼)이요 더하면 마(魔)이라
    이는 뜻이 사못치니 미친 듯시 길을 가다가 길이 끗나는 곳에서 울부지젓다는 진실한 음률의 속내와 마찬가지이나이다
    해슉야의 지극한 졍성이 아니면 엇지 이 곡됴가 남아 잇으리오
    또한 죽림칠현 중 유영이 수레에 독을 싣고 다니면서 술을 마시엇는데 삽을 든 사람을 따르게 하면서 말하기를 나 죽거든 그 자리에 묻어 달라고 햇다는 음률도 지금 들엇나이다
    슬허하난 듯 깃버하난 듯 감격하난 듯 크게 수렴하난 듯 음률 가온데 엇지 생각이 깁어지지 아니리오
    후셰에 이 곡됴를 젼할 쟈 업삽더니 해슉야의 졍령을 만나 엇으심이로소이다
    일찍 음률에 미틴 이가 서한과 동한 황제와 대신들의 무덤을 스물아홉 개나 파묘한 끗헤 마침내 채옹의 무덤에서 광릉산 악보를 채집햇다는 소문이 전해오더니 오날 이 곡됴를 들으니 감읍하오이다

 

    유성 이에 손샤 왈 일즉 혜강의 성무애락론을 일독 후에 이 곡됴를 자조 취하엿소 아득한 광릉산이 전해진 거슨 범부의 자격으로 미묘한 이치를 엇지 알으리오
    이후 봉황이 죠양에 울매 봉명곡, 호인락루쳠변초 한사단쟝대귀객하는 채문희의 호가십팔박, 웅지대략하는 한무뎨의 금동션인곡(漢武帝 金銅仙人曲), 봉혜귀혜귀고향이여 오유사해구기황하는 사마상여의 봉구황을 일곡 일곡 주하니 부용이 때로 추연하고 때로 쟝탄하고 때로 삼엄하고 때로 우슴을 지으니 두 사람 사이에 음과 률로 세운 옥결빙심의 운우지정이 넘나들더라

  *      딱지본 대중소설 『부용의 샹사곡』(신구서림, 지송욱, 1913년 12월 20일)에서 발췌 및 첨삭 인용. 맞춤법은 대체로 출간 당시의 표기를 따랐으며 띄어쓰기는 현재의 기준에 맞추었다.
  「구운몽」에서 양소유와 정소저가 거문고로 소통하는 방법을 차용한 『부용의 샹사곡』은 거문고 음률에 기댄 유려한 문체가 돋보인다.
  **  당나리 시인 동방규의 소군원(昭君怨).
   한나라 원제 시절 왕소군이 흉노의 공물로 흉노왕 호한야에게 시집가서 아들 하나를 낳았다. 후에 호한야가 죽자 흉노의 풍습에 따라 왕위를 이은 그의 정처(正妻) 아들에게 재가하여 두 딸을 낳고, 그곳에서 생을 마쳤다. 왕소군의 사연은 오랫동안 사람들의 심금을 울려 많은 문학 작품에서 다루어졌다. 왕소군은 북방 유목민에게 중국의 문물을 전파했으며 흉노와 한나라 사이의 우호 관계를 유지하는 데 관계했다.
  ***  호한야가 죽고 왕소군은 풍습에 따라 정처 소생의 아들 복주루와 다시 결혼했다. 이는 흉노의 관례로 남은 미망인을 돌보아준다는 의미가 있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수용하기 힘든 일이다.
  ****  한나라의 자객 섭정이 협루를 죽이고 지인이 연루될까 봐 자신의 안면을 훼손하여 못 알아보게 하고 자결하니 섭정의 누나 섭영이 동생임을 알고 섭정의 이름을 부르고 또한 자결하였으니 혜강의 고금보 〈광릉산〉은 이 이야기를 토대로 작곡되었다. 죽림칠현 중 한 사람인 혜강은 진나라 사마소를 거부하다 죽었는데, 마지막 처형장에서 〈광릉산〉을 연주했다.

 

 

 

 

 

 

 

 

 

 

 

 

 

개타령 *

 

 

 

    개야 개야 삽살개야 에남나 둥둥
    양 귀가 축 늘어진 어이구나 청삽살아
    털이 많아 부귀 거동 좀 보소 검정개야

 

    아혜에에야 에남나 어람마
    낮에 보면 검정개요 밤에 보면 푸른 개야
    어제 온 귀신 그제 온 수심 쫓아내오던 어구 청삽살개야

 

    아에에혜야 에이오지이   
    밤에 밤중만큼 오실 임 보고 짖는 소리에
    동구 밖까지 한달음이더니만 비만 꼬박 젖었으니 에이구나

 

    아에에혜야 에남나
    달빛마다 그림자마다 마구 짖어대누나 에라
    분세수 못 하고 님 기다리는 몰골에 짖어대누나

 

    아에에혜야 에이오 지이루 에구나
    만주 몇 년 동경 몇 년 상해 몇 년 거쳐 오신 님이란다
    이리 절로 님이고 저리 절로 내 님이란다

 

    아에에혜혜야 에남나 에라디여
    어려워라 어려워라 지친 육신이고 요다지 세월이라니
    초넋 이넋 삼넋을 수습한 몸이란다

 

    아에에혜야 에이오 지이루 에이구나
    사면십리 창릉파륵에 정붙일 곳 고향뿐이더니
    청산녹수 짚고 돌아왔다는 한 마디 들었도다

 

    아에에혜야 에난다 에헤에헤야
    상봉이 지척이라 하지만 금일 대면 생시인가 꿈인가
    무정이면 불귀객이고 유정이면 불가망이라

 

    아에에혜야 에이지이루 에구나
    눈 오는 소리 비 오는 소리 모두 귀 기울었더니
    마침내 발자국 소리 듣는구나 얼시구나

 

    아에혜오 에남나 네가 내 사랑이지
    생각 끝에 한숨이오 한숨 끝에 눈물이라
    못할러라 못할러라 살어 생이별은 못할러라

 

    아에에혜혜요 어이오 지이루
    님이 살아 내가 산 것 아니더냐 에헤이
    님이 있으니 내가 어이 저 강을 못 건너리

 

    아에에혜혜야 에이오 어남나
    만주 동경 난봉이 났네 에헤이
    상해 남만 또 난봉이 났어 에헤이

 

    아에에이오 에남나 얼시구 절시구
    아버님 돌아가신 날 아침도 아들 생각뿐이었다오
    산 멀고 물도 먼데 어디 있는가 자꾸 물었다오

 

    아에에이야 에이오 지이루
    어머님 눈 감으신 전 날에도 당신 밥 따로 챙겼다오
    눈물의 고봉밥도 따로 생겼다오 에헤야 에루

 

    아에에이야 어이오 에남나   
    모란꽃에 이르러 이름 대신 꽃이라 부르듯
    이런 밤 이런 낮은 희로애락이라지

 

    에에이야 에이오 지이루
    앞산 기척 짖는 개야 뒷산 보고 짖는 청삽살개야
    에루 에루야 앞산과 뒷산이 크게 울고 크게 웃는구나

  *   딱지본 『신구잡가』(향민사, 박창서, 1971.12.10.) 중 「개타령」에서 발췌 및 첨삭 인용. 「개타령」의 후렴 부분을 가능한 원문 그대로 살렸다.
  잡가집은 1914년 평양에서 발간된 『신구잡가』부터 시작되었으며 대체로 가곡, 가사, 시조의 사설, 민요조, 잡가조의 가사들이 혼합되어 있다.
  맞춤법은 출간 당시의 표기를 따랐으며 띄어쓰기는 현재의 기준에 맞추었다.

 

 

 

 

 

 

 

 

 

 

 

 

 

 

작가소개 / 송재학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계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 『살레시오네 집』, 『푸른빛과 싸우다』, 『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 『기억들』, 『진흙얼굴』, 『내간체를 얻다』, 『날짜들』, 『검은색』 등.

 

   《문장웹진 2018년 03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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