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시인 외 1편 - 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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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나의 시인

 

 

민 구

 

 

 

오늘은 너도
시가 된다는 것

 

너는 가장 달콤한
시라는 것

 

나는 제과점 앞을 서성이며
주머니 속의 동전을
만지작거리다가

 

케이크의 나라

 

초코와 라즈베리를 바른
도시를 가로질러
공항으로 간다

 

캄캄한 섬에 내려서
아무도 없는 상점의 유리창을 깨고

 

받으쇼, 탈탈 털어 동전을 내놓고
초를 꺼내서 불을 붙인다

 

비밀이 있다면
그것이 단 하나라면

 

오늘은 너도
시가 된다는 것

 

너는 가장 따뜻한
비라는 것

 

처음 만난 당신이
나의 시인

 

 

 

 

 

 

 

 

 

 

 

 

 

내 주변의 모든 것

 

 

 

주변을 둘러보면
익숙한 것들

 

덜 자란 화초
오래된 야구 글러브
독일에 다녀온 친구가 선물한
폭스바겐 모형 자동차

 

그들은 서로 어울리지 않아서
언제나 조용해

 

나는 책을 덮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나의 주변,
책상 언저리에 있던 모형 자동차가
중립 기어를 푸는 걸 보고서 흐뭇해진다

 

미래에게 쓴 편지가 오지 않은 이유
크리스마스 양말 한 짝이 사라진 이유
그리고 그 사람이 더 이상 내 곁에 없는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깍지 낀 손 안에 있던 사랑과
주머니에서 꿈틀대던 증오가
이제는 나를 쥐고 있다

 

금이 간 유리잔에는
햇볕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데
너는 왜 쏟아지는 것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걸까?

 

건조대에 세워 놓은 접시는 말한다

 

여기 빛나는 게 있다고
흐르는 빛을 닦아 달라고

 

 

 

 

 

 

 

 

 

 

 

 

 

 

작가소개 / 민구

1983년 인천 출생.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등단. 시집 『배가 산으로 간다』가 있다.

 

   《문장웹진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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