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돌 외 1편 - 유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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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가벼운 돌

 

 

유희경

 

 

 

그것은 안주머니에 있었다 퍽 오래된 외투에 달린 그 주머니는 늘 비어 있다 가을이 지나고 다시 이 외투를 꺼내 입었을 때에도 비어 있었다 아무것 없구나 지난겨울도

 

나는 안주머니에서 그것을 꺼낸다 이것은 단단하지만 뜻밖으로 가벼워서 어쩌면 단단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것은 바닷가에 있었다 바닷가에서 여기까지 와서 이것이 되었다 이것은 가벼운 돌이다

 

바닷가에서 나는 그것을 찾았다 바닷가에서 내가 찾고 있던 것은 주워올 어떤 것이었다 바닷가에서 우리는 주워 올 어떤 것을 찾게 되지 그것은 조개껍데기이거나 한 움큼 모래이거나 말라죽은 불가사리가 되기도 하고

 

그러나 그것은 가벼운 돌 나는 왜 그것이 돌이었는지 알 수 없다 지금과 같이 그것은 가벼웠으며 깨질 듯 단단해 있었다 나는 가벼운 돌의 약력을 생각해 본다 동글동글하며 미끌미끌한

 

나는 이것을 당신에게 건넨다 이것이 그것으로 되길 바란다 뜻밖으로 가볍게 들어오고 물러나는 바닷가의 그것이 되길 바란다 나의 안주머니는 이번 겨울도 아무것 없이 비어 있겠지만

 

 

 

 

 

 

 

 

 

 

 

 

 

남아 있다

 

 

 

중국 소년이 있는 작은 공원에는
비둘기가 여섯
겨울나무가 스물

 

그러니 소년은 비둘기를 쫓고
그림자 가늘은 겨울 가지에는
아무것도 앉지 못할 것이며
그저 비껴 나갈 뿐일 것이며
하품하는 사람의 턱처럼
새들은 돌아오고 말 것이며

 

이것은 우연도 작위도 아닐 것이며
오늘은 춥고 먼지 많은 계절의 평범

 

중국 소년이 있던 작은 공원에는
비둘기가 다섯
겨울나무가 스물

 

그러니 소년은 흥미를 잃은 참이고
정오의 빛은 저녁의 색으로
공원을 뒤덮어 갈 것이며
새 중 한 마리는 돌아오지 않았으며
나무는 어디로도 가지 않을 것이며

 

공원은 남아 있는 것들로
우연도 작위도 되지 못할 것이며

 

 

 

 

 

 

 

 

 

 

 

 

 

 

작가소개 / 유희경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시인이 되었으며, 시집으로 『오늘 아침 단어』, 『당신의 자리-나무로 자라는 방법』이 있다. ‘2011 동료들이 뽑은 젊은 시인상’을 수상했다. 동인 ‘작란’으로 활동 중이다.

 

   《문장웹진 2018년 0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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