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센티 일몰 외 1편 - 임곤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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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10센티 일몰

 

 

임곤택

 

 

 

너는 연습 중
담배연기는 얼굴로 되돌아온다

 

하늘은 빨갛고
달리는 사람들은 조금 더 빨갛고
오늘은 나중에게 물러서지 않기를

 

아이를 땅에 묻은 검둥이 부부는
동전 한 개를 그 위에 던져 넣는다

 

너의 말이, 여기 적는 글자들이
낱낱이 혼자이기를
혼자들이 배를 만들고 게으르게 연명하기를

 

10센티 남은 일몰
버려진 가옥 퇴색한 페인트가 집일 때

 

이것들 다 혼자일 때
잔인한 好意 없이
죄 없이
다음 없이 혼자일 때

 

 

 

 

 

 

 

 

 

 

 

 

 

물컵을 보며 재떨이

 

 

 

늦을수록 앞서게 된다

 

우리 동네 초등학교 뒷문 골목에는
노인의 문방구, 이발소 미닫이문, 나뭇가지에 눌린
지붕 양철 충치 떡볶이와 벽시계

 

아름다운데 치를 게 없다

 

열심히 지나친다
지나치고도 좋은 것만 기억하는 사람
그래서 두 번 지나치는 사람

 

골목 끝에는 오토바이 가게 폐차된 오토바이 열 대쯤
병아리 색깔의 유치원 버스

 

담배를 피우다 물을 마시고 싶다
재떨이를 들어 입에 가져다 기울인다
꽁초 몇 개 바지에 쏟는다

 

더 자주 잊어야 한다

 

여름은
길다

 

 

 

 

 

 

 

 

 

 

 

 

 

 

작가소개 / 임곤택

2004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시집 『지상의 하루』, 『너는 나와 모르는 저녁』.

 

   《문장웹진 2018년 0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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