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다 - 김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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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스페셜-에세이]
2017년 아르코 청소년 창작시대회 ‘너의 시를 보여줘’

 

 

봄이 온다

 

 

김보배

 

 

 

 

 


2017 아르코 청소년 창시대회 '너의 시를 보여줘' 예선

 

 


2017 아르코 청소년 창작시대회 '너의 시를 보여줘' 본선

 

 

    푸른 조명이 홀을 훑는다. 긴장한 얼굴들이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땅속에 갇힌 씨앗처럼 불완전하고도 투명한 모습으로. 그러나 언제든 튀어나가 잎을 틔울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허희 평론가의 사회로 ‘너의 시를 보여줘’ 본선 무대가 시작 되었다. 열다섯 팀이 본선에 올랐고 모두가 수상의 기회를 얻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 밖으로 꺼내기 위해 몸을 비틀고 움직이는 모습에서 힘이 느껴졌다. 객석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내내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가슴이 벅차오르는 기분을 한동안 지울 수 없었다.

 

    십대가 할 수 있는 이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이 많다. 그러나 아이들의 이야기도 흔히 어른이라 불리는 사람들의 고민과 크게 다르지 않다. ‘나’로 시작해서 ‘친구’와 ‘사회’로까지 이어진다. ‘너의 시를 보여줘’ 본선 무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고독으로부터 친구의 아픔을 이해하고 부모님의 소중함을 깨달은 이야기가 주를 이뤘고 더 나아가 사회문제를 다룬 작품도 있었다. 아이들이 가진 고민의 스펙트럼이 생각보다 더 넓고 풍성하다는 점을 새삼 다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 중 최우수상을 수상한 최수빈 학생의 작품(「2014.04.16.」)과 대상을 수상한 김다빈 학생의 작품(「가시」)은 개인적인 문제를 넘어 사회적인 문제를 다뤘다는 점에서 인상 깊었다. 두 작품을 통해 어쩐지 십대 친구들에게 자꾸만 미안해지는 이상한 기분을 경험한 것 같다. 그건 자신의 고독과 아픔을 집중적으로 바라보기에도 부족할 십대친구들에게 우리가 사회문제‘까지’ 던져준 것만 같아서, 그러니까 얼마간의 편안함에 편승해 살아온 지금 이십대의 나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다시 직시해야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고, 무엇보다 고마운 시간이었다.

 

    작품「2014.04.16.」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이야기다. 세월호 참사 이후, 세상을 살아가는 ‘남아있는’ 십대들이, 더 나아가 국민들이, 어떤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강한 이야기였다. “우리를 데려간 그 곳이/ 적막하고 차가운 그 곳이/ 노랗게 따스해지기를”바라는 강렬한 염원이 최수빈 학생의 몸짓을 통해 춤으로 재현되었다. 짧은 춤이었지만 길게 느껴졌다. 자꾸만 그날의 기억이 떠올라 힘들었는지도 모르겠다.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다.

 

    대상을 받은 작품 「가시」는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다. 역시나 무대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컴퓨터 명령 프롬프트를 활용해 소통이 되지 않는 현실을 영상으로 표현하려 노력한 점이 좋았다. “왜 너의 몸에 눈물이 박혀 있느냐/ 본래 내 것이었던 눈물이/ 왜 네게 닦아내고자 하는 추방의 대상으로 폄하되었느냐/ 너는 그것을 닦아낼 생각 말아라” 라는 구절처럼 김다빈 학생의 시는 다소 과격하지만 그래서 더욱 아프게 찔러오는 힘이 있었다. 김다빈 학생은 자신의 시를 연극을 통해 몸짓으로 표현했는데, 책상에 앉아 머리를 싸매고 고통스러워하는 장면은 가슴속에 박힌 가시를 빼내기 위해 애쓰는 모습처럼 처절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 외에도 입상한 아홉 팀의 작품과 우수상을 받은 네 팀의 작품도 대단했다. 내면의 고독과 슬퍼하는 친구를 위한 위로, 부모님의 희생적 사랑에 대한 깨달음 등을 열심히 고민해 썼다는 느낌을 받았다. 무대를 보면서 나의 십대에 대해 생각하며 웃기도 했고, 어떤 면에서는 씁쓸하고 속상한 마음에 인상을 찌푸리기도 했다.

 

    홀을 나오며 애인에게 전화를 걸었다. 나는 애인에게 말했다. 사랑스럽다는 말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어 보인다고. 전화를 끊곤 아이들이 끝까지 펜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매해 겨울이면 이벤트처럼 혼자 찾아가는 식당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곳으로 가는 길을 헤매면서도 조금 오래 웃었던 것 같다.

 

    본선에 진출한 열다섯 팀의 작품 모두 사람들에게 주목 받기에 손색이 없었다. 앞으로도 재능을 갈고 닦아 자신의 이야기를 지금처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노래든 랩이든 연극이든 춤이든 어떤 식으로든, 시를 그리고 문학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군가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기분으로 무대를 볼 수 있어 좋았다. 아직도 그날을 기억하면 잎을 움트려 발버둥치는 씨앗 같은 얼굴들이 떠오른다. 푸른 조명 사이로 보이던 웃음들과 몸짓들이 생각난다. 봄을 부르는 목소리를 나는 오랫동안 되새길 것이다.

 

   

 

 

 

 

 

 

 

 

 

 

 

작가소개 / 김보배

1991. 4. 5
소설 쓰는 김보배입니다.

 

   《문장웹진 2017년 1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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