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비행 - 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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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소설]

 

 

우중비행

 

 

허희정

 

 

 

 

    온실에는 항상 여분의 화분이 있었다.
    그 건물을 온실이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알게 되기까지는 제법 오랜 시간이 걸렸다. 당연히 온실에 쌓여 있던 물건들이 화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데에도, 화분이라는 말이 식물을 심어 키우기 위한 용기 일체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데에도 그만큼의 시간이 필요했다. ‘온실’도 ‘화분’도 너무 낯선 단어들이었고, 그런 단어들이 존재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얼마 남아 있지 않았다.
    식물을 키우는 이유가 뭐야?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식용으로 쓸 수도 있고, 아름답기도 하고. 가장 중요한 건 식물은 산소를 만들어낸다는 것 아니었을까.
    산소? O2?
    응, 그때 사람들은 산소로 호흡했으니까.
    그렇게 말하며 Q는 가위로 웃자란 줄기를 잘라낸다. 온실의 두꺼운 유리는 외부의 소리를 차단하고, 인공조명은 직접 올려다볼 수 없을 만큼 밝다. 두꺼운 보호 장갑을 끼고 있는 탓에 Q의 손놀림은 몹시 둔하다. 가위 날이 장갑의 표면을 스친다. 금속과 세라믹으로 이루어진 보호 장갑의 표면은 몹시 튼튼하므로, 녹슨 가위 정도로는 손상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G는 그의 손등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잘려 나간 줄기가 지면으로 떨어진다. 지면은 이미 녹색이고, 그 위에 녹색이 더해진다. 그가 줄기를 쥐고 있던 손을 놓는다. 가볍게 튀어 오르며 곡선을 그리는 식물의 줄기. 이파리가 버석이는 소리를 내고, 인공조명의 불빛을 받아 섬모가 반짝인다.
    G는 그 모습을 잠시 지켜보다 온실을 나선다. 앞 유리에 물방울이 맺히고 굴러 떨어진다. 오늘의 비는 잔잔하고 조용하게 내리는 비, G는 걷기 시작한다.
    눈을 감을 때마다 G가 떠올리는 것은 이런 장면들이었다. 그에게는 그것이 마치 잘 짜인 알고리즘처럼 여겨졌다. 눈을 감는다는 행동이 입력되면, 연산을 통해 특정한 장면들이 끊임없이 재생되는 것이다. 반복되는 장면들을 지켜보다 보면 수면의 가능성이 점점 낮아졌다.
    우주를 가로지르는 동안, 탑승객들은 수면을 취할 것이 권장되었다. 물론 지난 세기에 그랬던 것과는 달리 더 이상 필수 조치라고 할 수는 없었지만, 대부분의 탑승객들은 권고사항을 준수하는 편이었다. 특히 연합으로 돌아가는 복귀편의 경우, 대부분의 탑승객들이 수면 상태에 들어가 우주선 전체가 침묵에 휩싸이곤 했다. 잠은 제한된 공간과 무한한 시간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불쾌한 생각들로부터 도망치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었고, G 역시 그런 이유로 수면을 택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그의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
    G는 마지막 탐사의 생존자 중 한 명이었다. 또한 그는 Q의 실종과 관련된 중요 참고인이기도 했다. 탐사의 생존자들은 의무적으로 카운슬링을 받아야 했고, 그것은 G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난 몇 년간 명의로만 존재하던 카운슬러는 자신이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 어떤 질문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는 것 같았다. 불쾌한 일이었다. 그는 카운슬러를 만나지 않는 시간을 모두 수면 캡슐에서 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부질없는 시도였다. 오차 없이 작동하는 알고리즘으로 인해, 눈을 감고 있는 시간 전부가 그에 대한 기억으로 메워졌다. 마치 보살피는 사람 없이도 번성하는 나무들처럼.
    Q는 살뜰하게 식물을 보살폈다. 마치 애정을 기울일 만한 대상이라고는 엽록체들밖에 없다고 말하는 것 같은 태도였다. 물론 탐사 대상 지역에 살아 있는 생물이라고는 탐사대원들과 끝없이 뻗어 나가는 식물들밖에 없었다. 그는 길고 지리멸렬한 탐사 기간의 대부분을 온실에서 보냈다. 물을 주고, 토양의 상태를 확인하고, 적절한 유기물을 제공하고, 이파리의 모양, 줄기의 생김새를 관찰하고 기록하는 일. 그의 정성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온실 속의 식물들은 날로 번성했다.
    그러나 그건 온실 밖에 있는 식물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오히려 온실 밖에 있는 식물들이 더 잘 자라는 것처럼 여겨졌어요. 당연한 일이죠. 그가 온실에서 키웠던 식물들은 원래 온실 밖에서 자라던 것들이니까요. 그가 처음 식물을 키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그가 어떤 목적으로 식물을 재배하려고 하는지 알고 싶었어요.
    G는 침을 삼켰다. 그가 다시 입을 열려는 순간, 차임벨이 울렸다. 카운슬링 시간이 끝났다는 의미였다. G는 입술을 꾹 다물고, 자리에서 일어나 의자를 집어넣었다. 곧 다음 내담자가 도착할 것이었다. 그는 Q와 나누었던 대화를 생각하고, 끝맺지 못한 이야기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는 마치 G의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것처럼 딴청을 피웠었다.
    G는 식물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에게 식물들이란 위협적인 존재, 기괴한 형태를 지닌 이계의 사물들로 여겨졌다. 나무들은, 풀들은, 아무렇게나 자라나고 쉽게 무성한 무리를 이루었으며 돌보는 손길 없이도 무럭무럭 자라나 서슴없이 세력을 확장하곤 했다. 단순한 생존의 조건. 그는 그 단순함을 두려워했으며, 그래서 더욱 그의 온실에 대한 애착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식물이 길들여져 가는 과정을 보며 묘한 쾌감을 느끼곤 했다. G 자신은 결코 인정하지 않았지만, G가 종종 Q의 온실을 방문한 것은 파트너와 2인 1조로 움직여야 한다는 규칙 때문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그의 식물 재배를 지켜보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지구상에서의 모든 행동은 2인 1조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은 탐사대의 대원칙 중 하나였다. 낙오자가 없도록 할 것. 파트너의 행동을 항상 눈여겨보고,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으면 통보할 것. 그것은 대재난 이후 어떻게 바뀌었는지 알 수 없는 지구 환경으로부터 탐사대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였다. 누구든 낙오된다면 그는 호흡할 수 없는 공기 속에서 굶주린 끝에 고통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그의 육체는 지구를 장악한 생명체들을 번성시키는 한 수단에 지나지 않게 될 것이었다.
    G는 그런 것을 바라지 않았다. G가 바라는 것은 기술자로서의 성공, 그에 따르는 경제적인 보상과 안정적인 삶, 사랑하는 사람들과의 행복한 노후 같은 것들이었다. G는 기관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행성 연합의 연구소에 취직했다. G는 그것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다.
    연구소는 우주 공간에서의 연합인의 생존과 적응을 연구하는 기관이었다. 대재난으로 지구를 떠나온 인간들이 단 하나의 행성에 아무런 문제없이 적응할 수 있었다면 연구소가 이토록 오래 유지될 필요가 없었을지도 몰랐다. 그러나 불가피한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인간들은 여러 행성에 흩어져 살 수밖에 없었고, 이들 행성은 지나치게 다양한 특성을 지니고 있었다. 인간은 살아남아야 했으며, 연구소는 이러한 목적에 충실한 기관이었다.
    비슷한 목적으로 설립된 민간 기관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행성 연합에 소속된 연구소는 연합 정부의 인정을 받은 기관이라는 점에서, 또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와 기술의 양이 방대하다는 점에서 그 어떤 민간 기관과도 비교할 수 없었다. 연합에 속한 행성들은 연구소에 각종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러니 연합 연구소에 입사한다는 것은 기술자로서의 야망을 펼칠 기회가 충분히 주어진다는 뜻인 동시에 동시대의 가장 총명하고 뛰어난 학자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지구 복귀 프로젝트에 배정되기 전까지만 해도, G는 그렇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생체 실험. 회의실에 있던 그 누구도 그 단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그러나 G는 무의식적으로 그 단어를 떠올렸고, 자신이 그 단어를 떠올렸다는 사실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온실’이나 ‘화분’과 마찬가지로 ‘생체 실험’이라는 단어는 이미 오래전에 생명력을 잃었다. 인간을 비롯한 생명을 지닌 개체를 특수한 목적의 실험 대상으로 삼는 행위는 지난 세기 이후로 행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그의 주장은 본질적으로는 생체 실험을, 인간을 대상으로 삼는 생체 실험을 하자는 것과 동일한 의미로 들렸다. 극단적인 복귀주의자만이 내놓을 수 있는 종류의 의견이었다.
     그러나 G는 그의 의견을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리고 나머지 탐사대원들 역시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다. 탐사 장비에 문제가 발생한 것도 사실이었고, 그로 인해 연합 연구소와의 통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었지만, 아주 위험한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G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가 의견을 피력하기가 무섭게 반대 의견이 제기되었다. 아직까지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닐지도 모르죠. 하지만 이 상황이 언제 어떻게 타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미 가지고 있는 자원에만 의존할 수는 없어요. 아무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G로서는 그것이 찬성을 의미하는지 반대를 의미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G는 개인실로 돌아오자마자 헬멧을 벗었다. 익숙한 공기. 자연스러운 호흡. 그는 그 상태 그대로 베이스캠프 안을 활보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였다. 그러나 연합 연구소 소속의 연구원으로서 그는 항상 호흡 보조 도구를 착용해야만 했다. 그것은 탐사대원 전부에게 적용되는 규칙이었다. 다른 말로 하면, 공연히 위화감을 조성하지 말 것. 그러나 회의실을 지배하는 공기는 위화감 그 자체였다.
    Q의 의견, 다시 말해 연합과 통신이 복구되고 탐사선의 일부가 파괴된 상황을 고지할 수 있을 때까지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식물의 적극적인 재배 및 수확, 섭취를 통해 생존을 연장하자는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은 생각 외로 많았다. 어차피 본 프로젝트의 목적이 지구 복귀라면 당연히 밟아야 할 수순이 아니겠냐는 주장. 이성을 통해 도출한 합리적인 결론이라는 설명. G는 그 말들을 액면가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 비이성과 맹목의 산물, 망상.
    애초에 찬성 의견을 표명한 사람들은 대부분 그와 비슷한 지역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척박한 행성에서 겨우 적응한 인류의 후손들. 신생아의 생존율은 낮았고, 평균수명 역시 연합의 다른 행성들에 비해 짧았다. 우주 적응 과정에서 발견된 각종 증후군과 합병증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아직까지 남아 있는 지역이기도 했다. 당연히 그들은 지구에 대해서 모종의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G는 그들이 주장하는 복귀가 이렇게까지 터무니없고 시대착오적인 것이리라고는 차마 상상하지 못했다. 어떻게 보면 복귀주의라는 사상 자체가 연합인의 정체성과 모순되는 것처럼 생각되기도 했다. G는 침상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았다. 애써 꽁꽁 숨겨 두고 있던 오래된 편견이 날숨과 함께 비어져 나오는 것 같았다.
    지구 복귀 프로젝트가 실제로 실행에 옮겨질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G 역시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다. 물론 복귀주의자들은 언제나 같은 주장을 펼쳐 왔고, 그 역시 그들의 주장에 익숙했다. 개별 행성이 가진 조건들은 극단적으로 달랐고, 몇 세기가 지나도 인간은 어느 행성에도 완전하게 적응할 수 없었다. 환경이 야기하는 문제는 언제나 구체적이었고, 개별적이었고, 실존적이었다.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유일한 방법이 지구로의 복귀뿐이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말도 안 되는 주장이었다. 인간들이 처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미 연합 연구소가 설립된 지 오래였다. 물론 연구소에서 모든 행성의 문제들을 공평하게 다룰 수는 없는 노릇이었고, 실제로 후순위의 문제들은 언제까지나 후순위로 남아 있기는 했지만, 연구소를 통해 해결되고 개선된 문제들 역시 적지 않았다. 그러나 복귀주의자들은 그러한 공적들을 좀처럼 인정하려 들지 않았다. 그들은 그들이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자연스럽고 편안하게 호흡하고 있는지를 모르는 것처럼 보였다.
    지구로 돌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술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모자란 것은 자본을 집결시킬 수 있는 구심점, 그리고 정보였다. 인류가 떠난 후의 지구 환경이 어떻게 변해 왔는지에 대해서 알려진 바가 극히 적었다. 그러다 보니 복귀주의자들은 인간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구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어떤 근거도 제시할 수 없었다. 게다가 연합 연구소는 어디까지나 행성 연합 내부의 일에만 관여하는 기관이었고, 연합 내부에는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여전히 잔뜩 쌓여 있었다. 다시 말해 누구도 지구와 지구의 변화에 대해서 알아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복귀주의자들의 주장은 허무맹랑한 것으로 여겨지기 마련이었고, 때로는 복귀주의자들 자신도 그렇게 여기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지구에 대한 문헌이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것들은 주로 대재난 이전의 세계를 다루고 있었다. 세대와 세기를 거듭하면서 지구와 지구를 둘러싼 이야기들은 분해되고 다시 조립되기를 반복했다. 그 과정 속에서 지구는 기이하고 아름다우며 평화로운 만인의 고향으로 둔갑하였고, 지구 탈주의 과정에서 내려진 비겁한 결정들과 그 결정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 그로 인해 가장 먼저 버려진 이들의 이름은 깨끗하게 지워지고 말았다.
    그리 중요하지 않은 일들이었다. 그것들은 어디까지나 과거에 대한 이야기였다. 중요한 것은 대재난 이후 몇 세기가 지난 지금의 지구 환경이 어떠한가였다. 행성 연합의 새로운 지도자가 선출된 이후 갑작스럽게 복귀주의에 유례없는 관심이 쏠리기 시작했다. 그는 임기 내에 지구 복귀를 위한 탐사 프로젝트 계획을 수립하고, 또 실행하겠다고 천명했다.
    학자들은 가설을 세우고,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논문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어디까지나 간접적인 데이터에 의한 주장이었다. 무인 탐사선이 주기적으로 지구를 오가기 시작했으나, 지표면에 실제로 착륙한 것은 단 한 대도 없었다. 지표면의 환경 변화, 잔여 방사선으로 인한 기계 파손의 우려, 회수 비용의 문제, 온갖 이유들이 내세워졌으나 기저에 깔린 정서는 동일했다. 상상과 현실이 다를지도 모른다는, 그동안 믿어 왔던 것들이 깨져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비행은 길었다. 행성과 행성 사이를 비행할 때에는 익숙한 방식으로, 비교적 안정적으로 비행할 수 있었다. 그러나 지구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 이전과는 전혀 다른 환경이 그들을 맞이했다. 열권에서 성층권을 지날 때까지만 해도 큰 문제는 없는 듯했다. 그러나 성층권을 지나 대류권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갑작스럽게 경보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탐사선의 표면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 방울이 계속해서 충돌하고 있었다. 질량, 밀도, 조성은 물론이고 탐사선에 가해지는 충격량조차 가늠할 수 없었다. 확실한 것은 계속해서 낙하하는 물체가 탐사선의 운항에 모종의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점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지구 대기권 자체가 상당히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 있는 것 같았다. 예상치 못한 외부 요인에 맞서 계획된 착륙 지점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더 많은 계산이 필요했다.
    탐사선은 예고된 착륙 지점에서 다소 어긋난 곳에 착륙했다. 엄밀히 말하면 불시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탐사선이 파괴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었다. 그러나 탐사선이 안전하게 착륙했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도 탐사대는 좀처럼 기체에서 내리지 못했다. 처음으로 걸어 보는 땅, 매뉴얼 없는 임무, 서로 다른 색채와 결을 지닌 감정들. 그들은 곧 그들 세대의 인간이 단 한 번도 걸어 본 적 없는 땅을 걸어 보게 될 것이었다.
    해치의 문이 열리고, 유닛이 지표면에 닿자마자 내부 디스플레이가 초록색으로 번쩍였습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들이 초록색으로 뒤덮여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어요. 지면은 물론이고, 인공적으로 쌓아올렸다고밖에 볼 수 없는 구조물에도 초록색 덩어리가 잔뜩 엉겨 붙어 있었죠.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이었어요.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불시착으로 인해서 디스플레이에 문제가 생긴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모든 탐사 유닛이 같은 현상을 호소했기 때문이었지요. 스크린의 명도를 이리저리 조절해 보았지만, 눈에 보이는 것은 여전히 초록색뿐이더군요.
    한참 후에 주변 환경에 눈이 익숙해지고 나니까 그제야 그게 그냥 하나의 덩어리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어요. 어떤 것은 길게 뻗어 있었고, 어떤 것은 넓적했지요. 작고 부드러워 보이는 것들과 크고 선명해 보이는 것들이 있었고, 그것들은 모두 조금씩 다른 녹색을 지니고 있었어요. 이상한 느낌이었지요. 그리고 그 틈새로 조금씩 보이는 망가진 건축물들. 아마 사진으로 보이니까 어떤 광경인지는 알고 계실 거예요. 그래요, 그건 뭐라고 하면 좋을까, 압도적이었어요.
    그 초록색 물체들이 무엇인지 알게 된 것은 본선에 남아 있던 오퍼레이터 덕분이었어요. 식물이야. 그가 말했죠. 저는 그걸 조종석 근처에 설치된 스피커를 통해서 들었구요. 자잘한 노이즈가 너무 많이 섞여 있어서 음질이 굉장히 좋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이 기억나요. 어딘지 기괴한 느낌도 있었죠.
    자세히 살펴보니 식물들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었어요. 덩어리 자체가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작은 일부분 일부분이 조금씩 떨리고 있더군요. 그제야 하늘에서 떨어지는 액체 방울이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낼 수 있었어요. 그것은 산소와 수소의 화합물과, 약간의 무기질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바스락대는 소리가 들렸어요. 백색 소음과 비슷한 느낌이기도 했지요. 네, 비가 내리고 있었어요.
    첫 탐사는 나름대로 성공적이었다. 지구의 환경은 어느 정도 생명 친화적으로 변해 가고 있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식물이 다시 자라기 시작했다는 것이 가장 큰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또, 그것은 국지적인 현상이 아닌, 행성 전체에 걸쳐서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였다. 물론 긴 시간 동안 방사능에 노출되어 변종되었을 가능성을 지울 수는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 생태계가 그 모습을 복원해 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었다.
    오히려 문제가 되는 것은 기상 조건이었다. 지구 자전 주기로 약 90일의 탐사 기간 동안 비가 내리지 않는 날이 없었다. 비가 내리는 양상 역시 불규칙적이었다. 가늘고 촉촉한 비가 잔잔하고 길게 내리는 날이 있는가 하면, 마치 양동이로 쏟아 붓듯이 물벼락이 내리꽂히는 날도 있었다. 예상치 못한 시간에 갑자기 폭우가 쏟아져 내리다 한순간에 잦아드는가 하면, 강풍을 동반하는 가는 비가 끝없이 쏟아지는 날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지표면은 항상 젖어 있었다. 한 걸음씩 내딛을 때마다 지면의 푹신하고 질척이는 느낌이 그들을 괴롭혔다. 썩은 것 위에는 덜 썩은 것, 덜 썩은 것 위에는 갓 떨어진 것들. 움직이려고 할 때마다 진흙이 이리저리 튀었고, 이파리들이 뒤섞이고 달라붙었다. 말라붙은 진흙 알갱이들은 보호 장비의 미세한 틈 사이로 파고들어서 자잘한 고장을 일으키곤 했으며, 몰아치는 빗방울과 달라붙는 이파리가 시야를 가리는 일 역시 다반사였다. 기상 조건을 고려한 전반적인 계획의 세밀화 및 장비의 전반적인 개선이 필수적이었다.
    그것이 1차 탐사팀이 작성한 보고서의 주된 내용이었다. 그들은 보고서의 내용이 앞으로의 탐사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어쩌면 정말로 인간이 지구로 되돌아오는 날이 올 수도 있을 것이었다. 탐사대원 중 누구도 보고서가 반려될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행성 연합의 답변으로부터 읽어낼 수 있는 사실은 그리 많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함장은 알고 있는 사실들을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함장의 태도를 두고 탐사대원들 사이에 여러 의견이 분분했다. 어쩌면 복귀 프로젝트 자체에 대한 반대 여론이 커진 것일 수도 있었다. 그렇다고 한들 보고서 내용 자체를 뜯어 고쳐야 한다는 요구는 쉽사리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었다. 탐사대원들은 더 많은 정보를 요구했으나 함장의 답변은 일관적이었다. 연합과의 교신이 원활하지 않다는 것이었다.
    이대로 프로젝트 자체가 무산되기를 바라는 사람의 말과 상황이 바뀌기를 바라는 사람의 말이 공기 중에서 섞이고 흩어졌다. 그러나 어떤 말을 주고받든, 그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없었다. 그들은 남은 비행 기간을 보고서를 뜯어 고치는 것으로 보냈다. 단정적인 문장들은 덜 단정적인 것으로, 명확한 지칭은 덜 명시적인 것으로, 주장하는 문장들은 가능성을 언급하는 문장들로 다시 쓰였다. G는 자신의 파트너가 보고서를 작성하다 말고 피곤에 찌든 눈빛으로 허공을 멍하니 응시하는 모습을 자주 발견하곤 했다.
    저는 그가 흔하디흔한 복귀주의자들 중 한 명일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거 없는 막연한 믿음만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요. 지금도 충분히 그렇게 생각할 만했다고 생각해요. 보고서가 반려되었다는 소식에 침울해한 건 탐사대원 모두가 마찬가지였지만, 그는 유독 힘들어하는 것 같았어요. 식사 시간에 종종 탐사대원들끼리 프로젝트의 향후 방향에 대해서 논의하곤 했는데, 그는 그런 대화에 단 한 번도 끼어든 적이 없었거든요. 배급된 식사를 마치고, 아무 말 없이 자기 개인실로 돌아가곤 했죠. 그래요, 그는 우울해 보였어요. 그때만 해도 그가 위험한 사람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지만요.
    어쩌면 카운슬링이 필요한 것은 제가 아니라 그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잘 알고 계신 것처럼, 지구 복귀 프로젝트는 예산 배정 과정부터 문제가 많았어요. 제대로 된 예산이 배치된 적이 없었죠. 연합 연구소가 주체가 되는 프로젝트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네, 당연히 상담의가 배치된 적도 없었어요. 지금 앉아 계시는 그 자리는 오랫동안 명찰만 놓여 있곤 했으니까요. 네, 당연히 규정에 위배되는 일이었죠. 하지만 규정에 어긋나는 일은 밥 먹듯이 일어나곤 했어요. 딱히 누군가를 비난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죠. 그래요, 어쩌면 제가 더 자주 말을 걸었어야 했는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그의 파트너였으니까요. 하지만 불안하고 초조한 것은 저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그 시기에 탐사대에 참가했던 이들은 누구라도 그랬을 거예요. 네, 그래요. 저도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네요.
    그렇지만 단적으로 말해서, 그는 탐사 업무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책상 앞에서라면 완고하고 진지한 성품이 도움이 되기도 하겠지요. 수많은 과학자들이 수십 년을 매달린 난제를 풀고 싶다던가, 그런 경우라면 그런 성격이 분명히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잘 아시다시피, 지난 세기에 난제라고 불렸던 것들은 대부분 해결이 되어버리고 말았죠.
    이제 우리에게 중요한 건 눈앞의 일들이에요. 어떻게 하면 태어난 아이들의 생존율을 높일 수 있을 것인가, 행성 연합의 모든 행성에서 호환 가능한 호흡용 공기 팩을 구성하는 것이 가능할 것인가, 연합 유지파와 연합 해체파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행성 간 이주자의 적응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런 것들 말이에요. 그는 모든 문제를 지나치게 근본적인 관점에서 접근하는 성향이 있었고, 그 때문에 우리는 자주 충돌했어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관점의 차이 때문이었다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 두고 싶네요.
    어쨌든 탐사대원들이 보기에는 매우 사이가 안 좋은 것 같았을 거예요. 겉으로 보기에는 사적인 대화를 거의 나누지 않았고, 업무적으로는 크게 의견이 갈린 데다가 제가 일방적으로 언성을 높이는 일이 잦았으니까요. 그렇지만 겉으로 보기에 그랬다고 해서 제가 그에게 위해를 가했다고는 확신할 수 없지 않을까요.
    탐사를 재개할 수 있을 때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걸렸다. 문제는 산소였다. 지표면을 장악한 식물들은 끊임없이 산소를 내뱉었다. 그로 인해 지구 대기권의 공기 조성은 과거의 어느 시기와도 똑같지 않았을뿐더러, 인간이 이주한 행성들과도 유사하다고 할 수 없었다. 게다가 오랜 우주 생활을 거치면서 인간의 육체는 산소를 호흡하지 못하는 방향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그 말은, 현재 지구의 환경이 인간에게 위협적일 수도 있다는 뜻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유인 탐사를 강행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연합인들이라면 누구나 프로젝트에 대해서 제 나름의 의견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연합 정부와 연구소는 긴 협상에 들어갔고, G는 마주치는 사람들로부터 장래의 전망에 대한 걱정과 조롱이 섞인 말들을 들었다. 그러나 정작 1차 탐사팀이 작성한 보고서는 일반에 공개된 적이 없었으며, 정확히 누가 무엇에 대해 반대하는지 역시 알려지지 않았다. G는 프로젝트가 곧 무산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 프로젝트가 무산되기를 바라는 쪽에 가까웠다. 지구에서 무엇을 발견한들 그 성과는 적극적으로 축소되고 폄하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G는 그런 일에 스스로를 소모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결국 지구 복귀를 위한 탐사 프로젝트는 재개되었다. 예산과 규모를 훨씬 줄인다는 조건이 부여된 채였다. 실제 탐사 인력은 대부분 경력이 짧은 신입 연구원들을 중심으로 편성되었다. G가 그 인원에 포함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1차 탐사에서 G의 파트너였던 Q 역시 탐사대에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은 연구소의 프로젝트에 참여할 때마다 늘 그랬던 것처럼, 탐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서약서에 서명해야 했지만, 서약서의 문장들은 이전과는 다르게 읽혔다.
    비가 내리는 지표면에 착륙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것은 대기권에 진입하는 순간부터 지상에 착륙하는 순간까지 끊임없이 울리는 충돌 경보음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또, 그 사이로 간신히 들려오는 동료의 목소리를 구분하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와 동시에, 이미 결정된 좌표와 경로를 마구잡이로 수정하다 못해 결국에는 아무 계획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인 상태로 착륙하는 일에 무감각해진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 위에서 무엇이 가능하고 무엇이 불가능한지 발견하는 것은 온전히 그들의 몫이었으나, 자신의 몫에 대한 소유권을 적극적으로 주장하는 사람은 없었다.
    탐사대가 버려진 온실을 발견한 것은 그들이 착륙 지점을 결정한 과정만큼이나 우연이었다. 처음에는 그것이 온실이라는 사실을 알아볼 수조차 없었다. 오랜 시간 퇴적되어 굳어진 먼지 층 아래에 유리로 추정되는 물질로 만들어진 벽이 있었고, 녹슨 철골 구조물이 그것을 지탱하고 있었다. 통행을 목적으로 남겨 놓은 듯한 일부 지대를 제외하고는 돌을 괴어서 구획을 지어 놓은 것 그들이 탐사에서 발견한 다른 건축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어떤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인지는 그들의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것은 오래전에 지구를 떠난 사람들이 미처 가지고 가지 못한 흔적에 불과했다.
    그러나 사실 그들의 탐사는 흔적에 대한 탐사이기도 했다. 탐사 과정은 대부분 대재난 이전의 기록들과 현재의 상황을 비교하고 확인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계측과 관측, 기록, 결론을 얻어내기 위한 긴 토론. 어디에 착륙하든 그들이 보는 광경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빗속에서 빽빽하게 자라나는 식물들, 끊임없이 떨어지는 빗방울로 인해 둥글게 패고 깎여 나간 석조 구조물들, 얼굴이 사라진 조각상, 무늬가 없는 기둥. 유의미한 발견을 하기 전에 그들은 인간의 흔적을 더 많이 발견했고, 인간의 흔적을 집어삼킨 식물들은 그보다 더 자주 마주치곤 했다.
    그러나 발견된 사실들, 확인된 내용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문제였다. 탐사대는 이미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삭제할 것인가, 무엇이 받아들여지고 무엇이 버려질 것인가를 신경 쓰고 있었다. 무엇이 그들의 업적이 되고 무엇이 그들의 과오가 될 것인가? 아무도 확신할 수 없었다. 무엇이든 너무 쉽게 지워질 수 있다는 사실을 그들은 이미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있었다. 그런 까닭에 탐사 기록은 대부분 공백으로 남았다.
    가장 먼저 버려진 온실에 관심을 보인 것은 그였어요. 그 지역에는 유독 버려지고 파괴된 온실이 많이 남아 있었습니다. 아마도 식물원이 있던 자리인 것 같았어요. 그는 온실 밖에 자라던 야생의 식물들로부터 종자를 채취해서 그것들을 온실에 심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다들 그것을 신기하고 재미있는 유희거리라고 생각했어요. 네, 실험을 하겠다는 거구나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죠. 그도 자신이 실험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구요. 탐사대원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Q를 도우려 했어요. 온실 외벽에 붙은 이물질을 제거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내부에 설치되어 있던 인공조명을 수리하거나 온도 유지 장치를 다시 가동시키는 것, 내부 배선을 점검하고 환기 장치를 만드는 것 정도는 탐사대원이라면 누구라도 간단하게 할 수 있는 일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실패를 겪기도 했지만, 한번 적절한 환경이 조성되고 나니까 식물들은 금방 무섭게 자라나더군요. 다들 즐거워하는 것 같았어요. 좌천당했다는 생각에 다들 무기력한 상태에 빠져 있었거든요. 탐사대원들은 식물 재배에 기여함으로써 사소한 성취감을 얻는 듯했어요. 얼마 지나지 않아 모두가 경쟁적으로 식물들이 더 잘 자라게 할 만한 아이디어를 내놓기 시작했죠.
    아뇨, 저는 단 한 번도 식물 재배에 참여한 적이 없었어요. 제가 굳이 손을 대지 않아도 식물들은 잘 자랐으니까요. 제게는 그 모든 것이 현실도피로밖에 보이지 않았으니까요. 동료들을 마주칠 때면 식물 재배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했지만, 그건 친교를 위한 것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어요.
    하지만 식물 재배는 단 한 번도 결과를 내놓은 적이 없었어요. 꽃을 본 적도 없었고, 식용으로 섭취할 만한 열매를 얻은 적도 없었죠. 탐사는 길어 봐야 지구 시간으로 반년이 겨우 넘는 수준이었으니까요. 건기에 지구에 머무르는 건 그리 좋은 생각은 아니거든요. 인간은 쉽게 지치고 기계는 빠르게 과열되곤 하지요. 탐사대원들은 건기 탐사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건의했지만 대체로 각하되기 일쑤였어요. 결국 탐사는 항상 우기에 이루어졌죠. 착륙 지점은 탐사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지만, 탐사대원들은 잊지 않고 온실을 방문하곤 했어요.
    가장 먼저 온실을 확인하러 가는 건 언제나 그였어요. 그럴 때 그를 따라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다들 처음으로 온실을 다시 방문했을 때의 일을 잊지 못해서였어요. 새까맣게 썩은 이파리와 축 늘어진 가지, 말라비틀어진 풀잎과 부패한 유기물이 내뿜는 냄새를 감수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어떤 조치를 취해도 마찬가지였어요. 건조한 공기와 인공조명이 내뿜는 열기, 지나치게 높은 산소 농도. 온실 밖에 있는 식물들과는 완전히 다른 조건이었죠. 이렇게 말하면 어폐가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식물들이 질식사한 것처럼 보이기도 했어요.
    그는 혼자 온실을 청소했어요. 죽은 식물들을 뽑아내고, 땅의 상태를 고르고, 조명과 온도 조절 장치를 점검하고, 식물 재배를 위한 준비를 다시 시작하는 거죠. 그러고 나면 깨끗해진 온실에 식물을 다시 심고, 그것들을 정성껏 가꾸었습니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요. 어느 정도 식물들이 자라면 그제야 나머지 탐사대원들이 온실을 방문하기 시작했어요. 그리고 똑같은 과정이 다음 탐사 때 반복되곤 했죠. 제 눈에는 마치 죽이기 위해 살리고 살리기 위해 죽이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탐사대의 상황은 알려진 것보다는 양호했다. 조직적으로 남은 식량을 파악하고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한 덕분이었다. 대원들은 다소 심리적으로 지쳐 있고 상당히 굶주린 상태였지만 건강상의 큰 문제는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곧 행성 연합 복귀를 위한 우주선에 태워졌다. 복귀 비행은 그들이 겪어 온 그 어떤 비행보다도 안락한 경험이었다. 가장 놀라운 것은 연합의 소식이 실시간으로 전달된다는 점이었다. 복귀 비행의 첫 식사 시간에 그들은 처음으로 지구 복귀 프로젝트에 대한 연합의 여론이 바뀌어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1차 탐사의 결과가 대대적으로 축소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었다. 또한 그들은 그 결정이 연구소 임원들에 의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인간의 지구 복귀는 그들의 이해에 반하는 것이었다. 프로젝트 전체에 대한 전면적인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잠들 수 없는 밤이면, G는 아무도 없는 라운지로 나와 연합의 보도 영상을 반복해서 시청했다. 익숙한 내용이었다. 우주 공간에서의 호흡을 위해서는 각 행성의 대기 조성에 맞춘 공기통이 필요했다. G는 탐사대의 그 누구와도 같은 공기를 호흡할 수 없었고, 그것은 그 역시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G에게 배급되는 공기탱크 속에 담긴 공기의 조성은 지구의 그것과 유사했다.
    G는 그가 죽인 식물들을 생각했다. 온실에는 언제나 여분의 화분이 있었다. 그의 온실을 둘러보고 나올 때마다 G는 아무도 모르게 헬멧을 벗고 걸었다. 차가운 공기가 살갗에 닿는 느낌. 새삼스럽게 느껴지는 뼈의 위치. 물방울이 떨어져서 코끝에 맺히고 굴러 떨어졌다. 끊임없이 들려오는 백색 소음, 그리고 풀 비린내. 그리 발달하지 않은 후각으로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냄새였다. 그럴 때마다 G는 자신이 어디에 서 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G는 손을 뻗어 얼굴이 있을 법한 위치를 더듬었다. 축축하게 젖은 살갗이 만져졌다. 신선한 느낌이었다. 조금씩 숨이 차올랐다. 이제 곧 숨이 가빠질 것이었고, 호흡이 어려워질 것이었다. G는 숨을 몰아쉬기 시작했다. 괜찮아? G에게 말을 거는 사람이 있었다. G는 급하게 헬멧을 뒤집어썼다. 그러나 그는 이미 G의 등 뒤에 서 있었다. 호흡 보조 도구에 가려진 그의 얼굴이 일그러지는 것을 G는 보지 못했다.
    그는 정말로 죽은 걸까요? 아무도 그의 시체를 발견하지 못했어요. 우리가 알고 있는 건 그가 낙오되었다는 사실, 그리고 아직 그를 찾지 못했다는 사실뿐이에요. 어쩌면 그는 지구에 살고 있을지도 몰라요. 그는 인간의 지구 복귀가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고 있었으니까요. 저와는 줄곧 갈등 관계에 있기는 했지만, 그는 유능한 과학자였고, 총명한 기술자였어요. 어쩌면 그라면 지구에 다시 적응할 방법을 찾아냈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그들이 지구를 떠나고 머지않아, 낙오자를 찾기 위한 탐사대가 출발했다는 소식 역시 전달되었다. 민간 우주 항공사가 탐사선을 제공했다는 소식이었다. 그를 찾기 위한 탐사는 그가 마지막으로 발견된 곳, 그의 온실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그가 가꾸고 키운 식물들은 수분과 영양분, 빛을 적당히 공급받아 새파랗게 빛나고 있었고, 그 모습은 행성 연합의 각 도시 구석구석으로 전달되었다. 그의 온실과 베이스캠프를 비롯한 그 지역 전체에 대한 꼼꼼한 조사가 행해졌지만, 깨진 화분들 외에는 발견된 것이 없었다. 화분의 절단면은 그것이 외부 사물과의 강력한 충돌로 인해 파괴되었음을 시사하고 있었다.
    식물들은 끝없이 산소를 내뱉고 있었고, 그것은 유해했다.

 

 

 

 

 

 

 

 

 

 

 

 

작가소개 / 허희정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소설 부문 수상.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및 같은 과 대학원 재학 중.

 

   《문장웹진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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