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외 1편 - 장수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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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휴일

 

 

장수양

 

 

 

 

    구름이 내려 사람들이 푹신해졌다.

 

    모자의 밀회를 추적하던 사람들이 모자를 잊었다.
    하늘의 빛깔을 세던 사람이 파도를 잊었다.

 

    언젠가 한없이 쉬어도 이 휴일을 기억하리라.

 

    부푼 롤빵처럼 사람들이 길을 구르고
    아무도 조용한 어제를 시끄럽다고 말하지 않는

 

    주유소에서 함장이 미끄러지고
    수줍음 많은 사람들이 일제히 언덕을 고백하는

 

    순간이 빛난다면 우리가 다 잊을 때쯤 우주에선 한 개의 조명이 켜질 테니까.

 

    화려함이 단순해지고
    모든 맹목이 존중받았으며
    인파에 깔린 모르는 돌은 허공에 켜져 우리의 눈을 밝혔다.

 

    고요하며
    얼마든지 고요하며

 

    사랑하며
    얼마든지 사랑하며

 

    파란의 어감이 바래져 아무도 읽지 않는 우화 속의 봄이 되었다.

 

    아무도 듣지 않지만 기다리고 있는 소리로
    미래의 종이 몸을 더듬어 여기 이곳을 울리고 있다.

 

    처음 맞은 구름이 먹먹하고
    모두 멍들게 한 것을 잊을 때까지.

 

 

 

 

 

 

 

 

 

 

 

 

파인*

 

 

 

 

 

    우리는
    아이스크림이 가득 든 상자를 관으로
    삼고 싶어.

 

    이불을 덮으면 산이 보인다. 사람을 지나치고 있다. 꼬리를 끄는 관성으로. 우리의 어떤 유작도 시간이 정해진 스크린에서 상영되지는 않을 거야. 빔 프로젝터를 껴안고 구르고 싶어 하는 작은 고양이들과 함께. 그저 비좁은 사랑 속에 들어가 눕고 싶어 하는 고양이들을 위해. 누구의 축복도 그림이 되려고 하지는 않아. 모든 증거들은 납작해진다. 여기 있다면. 흔들리는 손바닥에 스탬플러를 찍는 일을 멈출 수 없다.

 

    수영장 밑에서 위를 보며 누워
    사람을 피하는 물그림자를 관음한다.
    우리는 수명을 안다.

 

    사수가 없는 회사와
    눈병에 걸린 유아를 헷갈린다.

 

    플라타너스처럼
    인사하는 손이 크다는 것 말고는
    할 말이 없다.

 

    생수 안에도 많은 성분이 있지. 언제나 갈증은 너무 단순하다. 한 가지 색으로 밝혀지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사람들에게 머리카락을 계속 쓰다듬어 달라고 부탁한다. 기분이 좋다고 답하지 않으면 뭔가를 잘라야 하니까.

 

    정전기에 박수를 치고
    건물을 빠져나온 냄새를 믿는다.

 

    들어갈 수 없고
    나갈 수도 없는
    콘서트홀이 있다.

 

    호의와 거짓말을
    같은 악보에 새겨 넣는다.
    모든 합창은 환청이다.

 

    아무도 전자레인지에 넣은 적 없는 핫도그들을 긴 식탁 위로 나르고 있어. 온몸에서 연기를 피워 올리며. 우리는 차가운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며 멈추고 싶어. 버튼을 찾으면 다시 발끝부터 얼어 간다. 테이핑을 하지 않아도 멈춰 있는 것들을 알아. 우리는 모르는 게 없지. 어떤 맛을 골라야 할지 망설일 뿐이다. 침대에서 끊임없이 자세를 바꾸다 보면 밤이 가는 것처럼.

 

    작품은 장식이 되고
    도서관에선 한 장씩 사람을 넘긴다.
    비석이 넘어지면
    다시 봄이 올 거라며.

 

    기대는 선인장처럼 생겼지. 잘 죽지 않는 대신 오래 기다려야 한다. 옷을 벗으면 바닥에 툭, 눕게 돼. 쌓인다는 말은 왜 꾸짖는 기분이 들지. 좋아. 우리는 홈 모양으로 어는 얼음을 입안에 넣는다.

 

    詩는 달콤한 말을 해주고 싶대.
    그것이 영원을 내쫓지 않는다면.

 

    물의 부스러기 속에
    눈빛과 미소를 발견했지.
    우리는 굶고
    말도 많이 하지.

 

    “친밀함의 알레고리는 슬픈 말들뿐이에요.”
    “하는 수 없군. 이리 오세요.”
    아름다운 식물을 기르는 손을 유기하며

 

    점유지에는 각자의 자갈이 깔려 있어. 우리는 모든 자갈의 감촉을 안다. 이윽고 쏟아져 내려, 구름처럼 두들긴다는 걸 안다. 입을 벌리고 무거운 것을 받아 삼켜야 한다는 것도.

 

    과자의 포장지에는 과자의 얼굴이 그려지네. 우리는 처음을 돈 주고 사왔어. 덜 밀폐된 방문에 등을 기댔어. 어떤 우정도 미로의 손가락을 셀 수는 없을 거야. 작게 웃는 수를 고를 수밖에. 종교의 선택지는 점프대이거나 낭떠러지 둘 중 하나야.

 

    안 갈게.
    떠나는 시간은 구처럼 생겼네.

 

    깨지도
    잠들지도 않는
    불빛의 공중으로.

 

    바르게 눕는다는 건 우리를 둘러싼 것들이 한 말이었지.

  *  『The Pine』 Voyeur. 2016.

 

 

 

 

 

 

 

 

 

 

 

 

 

작가소개 / 장수양

1991년 안양 출생. 2017년 《문예중앙》 신인문학상 당선.

 

   《문장웹진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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