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외 1편 - 조용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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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일요일

 

 

조용미

 

 

 

 

    일요일은 나란히 앉아 있다
    각자 비스듬히 앉았다

 

    우연히도 다른 장소의 같은 시대에 산다

 

    한 접시에 붙어있는 계란프라이 두 개를 정확하게 반반씩 나누어 먹는다
    커피와 녹차를 마신다

 

    일요일은 둥근 테이블에 앉아 오래 책을 읽는다   

 

    소리 나지 않게 문을 닫았다
    조용하게 손을 씻었다

 

    문 밖과 문 안에서 잠시 보았다

 

    일요일은 눈앞에 자꾸 보이는 슬개골을 만져보게 된다
    얼굴은 보지 않게 된다

 

    자연스러운 일요일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움직일 때마다 문 안과 문 밖에 서 있게 된다
    다른 장소의 일요일로 이동한다

 

    서걱서걱한 일요일 송곳니 같은 인수봉을 바라본다
    철학이 없는 일요일이 계속된다

 

 

 

 

 

 

 

 

 

 

 

 

 

 

 

자하문 밖

 

 

 

 

 

    윤동주 하숙집을 지나 박노수 미술관을 지나 수성동 계곡으로 올라간다

 

    서울의 한 부분을 내려다본다

 

    우리는 사대문 안에 있다

 

    비해당 집터 있던 곳이라고, 인문학적이고 문제적 인간 안평에 대해 열심히 이야기 한다

 

    마치 그가 나의 오랜 연인이었던 것처럼 말한다

 

    그의 글씨와 그림과 고뇌에 대해 시냇물처럼 소곤소곤 많은 말을 쏟아낸다

 

    컴컴한 북악을 바라보며 내 이야기를 듣는다

 

    아무래도 사대문 안이 좋겠다고 한다 우리는 자하문 밖에 있다

 

 

 

 

 

 

 

 

 

 

 

 

 

 

작가소개 / 조용미

1990년 《한길문학》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불안은 영혼을 잠식한다』,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을 날아오르다』, 『삼베옷을 입은 자화상』, 『나의 별서에 핀 앵두나무는』, 『기억의 행성』, 『 나의 다른 이름들』이 있다.

 

   《문장웹진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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