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인간 외 1편 - 김복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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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새 인간

 

 

김복희

 

 

 

 

    새 인간을 하나 사왔다 동묘앞 새 시장에서 새 인간을 판다는 소문을 들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새처럼 우는 법을 배운 새 인간이 동묘앞 새 시장에 매물로 나올 거라는 소식이었다 날개가 있지만 날 수 없고 곤충과는 달리 머리 가슴 배로 구성되지 아니 하였으며 다족류가 아니며 두 쌍의 팔 다리를 지녔고 갈퀴는 성장 환경에 따라 생겨날 수도 있고 영영 생기지 아니 할 수도 있고 큰 소리로 웃지 않으며 달리지도 않으며 먹어선 안 될 것들이 많아 병들기 쉽지만 청결한 잠자리를 유지해 주면 동반 인간의 반평생 가까이 살고 평생에 단 한 번 번식하며 때에 따라 번식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인어를 키운다는 녀석들에게 보란 듯이 내 새 인간을 말해 주고 싶었으니까 나는
    새 인간을 하나 사왔다 엊그제도 친구 하나가 산소공급기 청소를 깜빡하는 바람에 죽어버린 인어를 하수구에 흘려보내다가 주인집에서 정화조 청소를 하는 바람에 크게 곤욕을 치렀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음식물 쓰레기는 쓰레기봉투에 버리라는 이야기였다 새 인간을 사러 갈 것이라고 말하자 친구는 수조를 잘게 부숴 종이봉투에 넣는 중이라면서 세상에 그런 새 인간이 어디 있느냐고 비웃었다 날지 않는 새 인간은 들어 본 적도 없고 새 인간이 날지 않는다면 기형이거나 날개 밑 근육을 절제했을 가능성이 높으니, 불법일 거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범법자가 되어서 도망쳐야 한다면, 자수를 결심할 때까지 자기 집에서 하루 이틀 정도는 재워 줄 수 있다고 했다 물론 집주인 때문에 새 인간은 출입 금지이니 새 인간 문제는 알아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가 사랑하는 새 인간은 그런 것이 아니라고 보여주고 싶었으니까 나는
    새 인간을 하나 사러 동묘앞에 걸어갔다 새 인간을 재울 깨끗한 잠자리를 만들어야 해서 아침은 굶고 현금을 준비해 가는 것도 잊지 않았다 흥정을 대비해 프로처럼 보이는 주머니가 많이 달린 조끼를 입고 목장갑을 끼고 마스크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나의 새 인간
    나의 새 인간이 되어 주세요 나는 인사말을 연습했다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새 인간의 잠든 모습이 보일 것만 같고 새 인간이 잠든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들 방바닥을 조용히 닦는 것 옷을 개키는 것 새 인간이 입을 잠옷을 수선하기 위해 돈을 벌러 나가는 것 그래서 무슨 일을 해야 새 인간과 더 오래 함께 있을 수 있을까 궁리하면서 나는 동묘앞으로 향했다 새 인간이 혹시 날아가 버리려고 하면 어떡하나 업자가 날아다니는 새 인간을 데려와 버려서, 내가 그 새 인간이 마음에 들어버려서, 날아가 버릴 것을 알고도 새 인간과 살기로 결정해 버리면 그런 비극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처리할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새 인간을 하나 사러 나의 새 인간을 가지러 두 시간을 걸어갔다
    새 인간은 지금 팔랑거리며 잠들어 있다
    생각보다 새 인간이 너무 가벼워서 놀라워하며 으깨질 것 같아서 두려워 벌벌 떨면서 새 인간을 받아들어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버스가 너무 흔들렸고 큰 소리로 통화하는 사람이 있어 새 인간이 깰까 봐 두려웠다 새 인간이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죽어버릴까 봐 겨드랑이에 땀이 났다 새 인간이 그 냄새를 맡고 나를 싫어하게 될까 봐 또 두려웠다 새 인간 이제 나의 새 인간
    시체를 갖게 될까 봐 친구의 전화에도 문자로만 답하고 구덩이를 깊이 구덩이를 여러 개 파놓고 도망칠 구멍을 뚫어 가며 개미처럼 일하는데 조끼를 입은 집주인이 하나뿐인 계단을 올라오고 있다 나의 새 인간이 빛나고 있어서 두꺼비집이 자꾸 내려간다는 것이다 나의 새 인간이 잠들어 있다 이 조끼 가득히 날 수 있지만 나를 위해서 날지 않기로 마음먹고 죽고 싶지만 죽지 않기로 결심한 나만의 새 인간이 긴 얼굴을 돌리고 내가 잠든 동안에만 날개를 펼쳐 보이는 나는
    얼음 속에는 물과 빛이 있고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이

 

 

 

 

 

 

 

 

 

 

 

 

 

 

 

새집

 

 

 

 

춤추는 이를 사랑하려면 함께 춤춰야겠지
영혼으로

 

잠에 막 빠져들 무렵,
내가 잠들자마자 그는 방에서 벌레의 기척을 느꼈다
빠르게 날아다니며 벽과 그의 목에 제 몸을 부딪쳤다고 했다
벌레가 여기저기 부딪히는데 내가 너무도 깊이 잠들어 있어서 깨울 수 없었다고.
벌레를 잡으려고 불을 켰는데 벌레는 없고
창은 전부 닫혀 있고
벌레의 느낌만 있어서 새벽까지 신경이 곤두서서 잠을 잘 수 없었다
나는 춤을 추고 있었다
그는 바랐다 집에 돌아와 문을 열면 벌레가 죽어 있기를

 

그는 나의 영혼을 느꼈다

 

 

 

 

 

 

 

 

 

 

 

 

 

작가소개 / 김복희

2015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문장웹진 2017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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