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듣지 않기로 외 1편 - 김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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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음악은 듣지 않기로

 

 

김기형

 

 

 

 

떨어진다 저 크고 단단한
숲 이후의 저녁이
하얀 풀벌레가
(풀벌레의 배가 파랗다)

 

너는 그네처럼 춤을 춘다
한쪽 날개가 막 돋아난 얼굴로
내일과 아침을 비슷하게 말한다

 

그런 말들은 무슨 의미니

 

오른편 무릎 오른편 사람
네가 흔드는 너의 오른편 발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배우는 감정

 

한 곳을 오래 응시하는 기분

 

나는 너의 손등에 기대서
나의 볼과 너의 손이 꼭 닿는지 한참을 헤매

 

숲은 밖으로
나가지 않지
기운 나뭇가지들이 꿈틀거리는 벌레들을 이끌어
그래 오늘은 음악을 듣지 말자
귀처럼 구불거리는 벌레들이 모두 숲의 밖으로 떠나가

 

가늘고 긴 다리엔 피가 있을까?

 

우리는 뚝뚝 나뭇가지를 끊으며
음악 대신 정원에 살고
이곳에서는 새들이 울지 않아

 

 

 

 

 

 

 

 

 

 

 

 

 

 

 

저녁의 아이야,

 

 

 

 

푸른 초를 켜요 벽 한 쪽이 녹고
눅눅한 사람의 손이 되어요

 

손은 늘 손을 만나고 밤이 되어야 돌아오는
새 한 마리를 올려요
손이 손에게서 새의 목소리를 가져오고
가벼운 깃털로 지어진 새의 몸통을 쓰다듬어요

 

따뜻한 배를 환하게 열고
몸을 뒤집어 세워요
손끝으로
비밀이 푸스스 빠져나가요
주저앉아서 우는 건 누구의 몸인가요
저녁이 덮은 집 앞은 고요하고
부리가 모아놓은 작은 생명들

 

빨랫줄에 걸린 계단을 바라봐요
희고 깨끗한 물이 떨어져요

 

이따금 흔들리는 벽과 거울

 

어디에 손을 모으면
이곳으로 나타날 수 있는지
거친 흙에 파묻는 손

 

골목 위로 새들의 나무가 새들을 모으고
나란한 골목길은 두 발이 없이도 다니는 길
손은 주먹을 만들고
단 한 번 뛰어내릴 수 있어요

 

얼굴이 잠긴 손이 바닥을 짚어요

 

 

 

 

 

 

 

 

 

 

 

 

 

작가소개 / 김기형

201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문장웹진 2017년 0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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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thought on “음악은 듣지 않기로 외 1편

댓글
  1. '음악을 듣지 않기로'라는 시의 제목을 보고 왜 음악을 듣지않지? 궁금해서 들어왔습니다. 시를 읽고나니 벌레들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였군요! 시의 문장 하나하나가 시의 장면을 떠오르게 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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