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말하고 싶다는 욕망 - 김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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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틴 스페셜_인터뷰]

 

 

정확하게 말하고 싶다는 욕망

 

 

김나영

 

 

 

 

Q. 어떤 계기로 글틴을 알게 되었나요?

A. 아마추어 소설 사이트를 찾다가 발견했습니다. 정확히 어떤 경로로 오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아요. 발견한 지 3년쯤 됐어요.

 

 

Q. 주로 어떤 글을 쓰나요?

A. ‘주로’라고 말하기는 민망합니다. 사실 글 자체를 거의 쓰지 않아요. 블로그를 하고 있으니 그나마 수필을 가장 많이 쓰네요. 블로그에는 떠오르는 대로 적은 흐물거리는 단상을 씁니다. 수필(그런 글을 수필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다음으로 자주 쓰는 건 소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막상 객관적으로 많이 쓰는 건 아니구요, 실제로 끝까지 쓴 소설은 3편쯤 될 거예요. 끈기가 없어서 항상 도입부만 쓰다가 그만두거든요. 시랑 비평은 쓸 줄도 모르고 읽을 줄도 몰라서 거의 쓰지 않습니다.

 

 

Q. 제12회 문장청소년문학상 수상 소감을 부탁드립니다.

A. 감사합니다. 성실해지겠습니다. 글을 포기하려던 차였어요. 쓰라는 얘기로 알아듣겠습니다. 상 받은 게 부끄러워서 쓰게 되네요. 좋은 글 쓸 수 있을 때까지 쓰겠습니다.

 

 

Q. 혹시 상을 받고 나서 달라진 점이 있나요?

A. 돈이 많아졌습니다. 돈 생겼다고 좋아하는 건 너무 속물로 보일 수 있겠지만 어쨌든 돈이 많은 건 좋은 일이에요.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거나 밥을 사줄 수 있으니까요. 평소에 해주고 싶었던 걸 잔뜩 해줬습니다. 물론 그 전에 제가 갖고 싶던 걸 샀죠. 알라딘에 가서 책도 사고, 헤드폰도 샀습니다. 그 돈으로 리암 갤러거와 푸 파이터즈의 내한 콘서트에도 가게 됐어요. 상을 받고 ‘가장’ 달라진 점은 아마도 베이스음을 제대로 들을 수 있게 된 게 아닐까요. 헤드폰으로 노래들을 때마다 행복해요.

 

 

Q. 본인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수상작품을 쓰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특별한 계기가 있던 건 아닙니다. 야자 시간에 쓴 글이에요. 공부가 너무 싫어서 노트북을 들고 자습실을 나갔습니다. 마침 저희 개가 그날 아침에 전날 먹은 생고구마를 토했기 때문에 ‘우리집 개는 생고구마를 먹고 토한다’고 썼어요. 몽이의 약해진 위장과 위장을 약하게 한 나이를 생각하면 항상 할머니의 우울증이 생각났고, 그래서 개에서 시작해서 결국은 외할머니 이야기를 하는 글을 썼습니다.

 

 

Q.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A. 신형철 평론가는 정확하게 말하고 싶다는 욕망을 가질 때 사람은 글을 쓰기 시작한다고 말했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들어맞는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한텐 딱 들어맞는 말이에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글을 씁니다. 그렇게 써서 정확한 글이 된다면 좋겠지만 물론 아직까지 잘 된 적은 없어요. 쓸 때마다 좌절하죠. 써봤자 안 될 걸 알면서도 뭐라도 말하고 싶어서 자꾸 씁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존감을 있는 대로 깎아내리는 애인을 둔 것과 비슷해요. 그런 애인을 사랑하는 게 정확히 어떤 느낌인지 경험해보지는 못했지만요.

 

 

Q. 좋아하는 작품이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A. 책 중에서는 <호밀밭의 파수꾼>, <죄와 벌>, <빨강의 자서전>, <러브 레플리카>.
어떤 장면을 너무 사랑하거나 인물이 저랑 닮았을 때 책을 좋아하게 돼요.
 
<호밀밭>의 홀든은 찌질 하고 바보 같은 애고 저도 그래요. 그래서 좋아해요. 어릴 때 <호밀밭>을 읽은 사람 중에 이 소설을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요. 홀든이 유리창을 깨고 다니는 장면, 피비랑 춤추는 장면이 좋아요. 출판사만 다른 책이 집에 세 권이나 꽂혀 있습니다.
<죄와 벌>도 로쟈가 절 닮아서 좋아합니다. 본인은 진지한데 막상 하는 생각이 같잖아서 웃긴 캐릭터예요. 다른 도스토옙스키의 작품도 (초기작 빼고) 좋아해요. <죄와 벌>을 비롯한 도스토옙스키 소설은 사람 성격이나 관계를 빼면 남는 게 없는데, 이 사람 소설의 핵심인 인간이라는 것 자체가 재밌어요. 읽다보면 되게 웃겨요.
<빨강>은 헤라클레스와 게리온을 현대적인 바탕으로 옮겨서 시로 쓴 소설이에요. 지금은 선물해서 책이 없어요. 이 책은 전체가 좋아요. 문장을 꼼꼼히 옮겨본 첫 책이에요.
‘루카’가 좋아서 <러브 레플리카>를 샀습니다. 이 소설집에 나오는 모든 단편을 다 사랑해요. 전 연애를 해본 적이 없어서 사랑이 항상 궁금하거든요. 그래서 사랑이야기를 좋아해요.
바다랑 항해 나오는 소설, 표류하는 소설,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 모험 소설도 좋아해요. 사실 읽고 나면 웬만한 책은 다 좋아하게 돼요.
‘작품’이 책만 얘기하는 건 아니죠? 책만큼 영화도 좋아해요. <파이트 클럽>, <점원들>, <버팔로 66>, <블루 벨벳>, <아이다호>를 자주 돌려봅니다. 흐느적거리면서 이상한 춤 추는 캐릭터들 좋아요. 블랙코미디 좋고요.
영국 미국 드라마랑 미국 TV 애니메이션 많이 봐요. <닥터후>, <한니발>, <트윈픽스>. 애니 중에선 <스티븐 유니버스>랑 <어드벤쳐 타임> 최고예요. <스폰지밥>은 어릴 때부터 죽 좋아했어요.
노래도 많이 들어요. 한국 가수로 이랑 좋아하고, 해외 밴드 중에 비틀즈, 오아시스, 리버틴즈, 너바나, 벨벳 언더그라운드, 섹스 피스톨즈 좋아합니다. 하루 종일 노래만 듣고 싶어요.

 

 

Q. 글 쓰는 것 외에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작은 영화관을 사서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하루 종일 틀어놓고 싶어요. 보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티켓을 받을 수 있는 영화관이에요. 굳이 돈을 내고 싶은 사람이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니까 작은 돈통을 옆에 놔둘 거예요. 영리 목적으로 하는 영화관은 아니지만 적자는 안 되잖아요? 만약 돈이 남는다면 팝콘 공짜 쿠폰을 나눠줄 거예요. 티켓 확인은 펀치로 구멍을 뚫어서 해야 해요. 펀치로 구멍 뚫어서 체크하는 티켓을 어릴 때부터 갖고 싶었거든요. 한 번도 가져보지 못해서 슬펐어요. 상영관 앞에서 팝콘 콜라 팔고, 영화 보고 나와서 오래 얘기할 수 있게 테이블을 많이 놓을 거예요. 신청 영화도 주기적으로 받고요.
현실적인 목표는 스스로를 좀 풀어놓고 사는 거예요. 어디 묶여 당장 죽을 것처럼 비실대는 게 아니라 정말 사는 것처럼 살아보는 거요. 이런 식으로 평생 살기는 싫거든요. (리버틴즈의 칼 바랏은 살려면 살고 죽으려면 죽으라는 말을 했습니다.) 가능할진 몰라도 죽기 전에 누구랑 연애는 해보고 싶고요. 괜찮은 글도 한 편쯤은 쓰고 싶네요.

 

 

 

 

 

 

 

 

 

 

김나영
작가소개 / 김나영

2000년생. 2016년도 제12회 문장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자

 

   《문장웹진 2017년 0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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