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을 본 적 있나요 - 전성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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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아르코창작기금]

 

 

별을 본 적 있나요?

 

 

전성현

 

 

    커겅 커겅.
    아빠의 기침 소리가 들렸다. 예전엔 재채기하듯 가벼운 소리였는데 요즘엔 공룡이 내는 소리처럼 크고 거칠다. 내 방에 앉아 멍하니 그 소리를 듣다 보면 베개만 했던 공룡이 기침 소리와 함께 하루하루 더 커지는 상상을 하게 된다. 침대에 함께 누울 수 있을 정도로 작았던 공룡은 이제 창밖에 고개를 내밀고 있어야 할 정도로 커 버렸다.
    아빠의 기침 소리가 잦아든 뒤 나는 아침부터 들여다보던 그림책으로 눈길을 돌렸다. 아이들이 잔디가 푸른 언덕에서 뛰어놀다 별을 세며 잠든다는 내용의 책이었다. 책에 담긴 반짝이는 별들은 늦은 밤 골목길을 지나며 본 가로등 같기도 했고 도로를 밝히는 자동차 불빛 같기도 했다.
    커겅 컹 커겅.
    아빠의 기침 소리가 숨이 끊어질 듯 이어졌다.
    “서래야!”
    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책을 내려놓고 거실로 나갔다.
    “약국 아직 안 갔어?”
    “지금 가려고.”
    “또 그림책 보고 있었던 거야?”
    대답을 망설이고 있는 사이 엄마가 마스크를 챙겨 왔다.
    “이거 하고 가.”
    “안 하면 안 돼?”
    “비 올 때 우산 안 써?”
    “답답한데.”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다시 아빠의 거친 기침 소리가 들렸다.
    “그 대신 보안경은 안 하고 갈 거야.”
    “그럼 마스크라도 제대로 하고 다녀. 알았지?”
    엄마는 붉은 염증이 돋아난 내 얼굴에 마스크를 씌어 주었다. 먼지가 들어올 틈이 없도록 테두리를 꼭꼭 눌러 준 뒤 처방전과 돈을 챙겨 내 주머니에 넣어 주었다. 몇 번 숨을 내쉬지도 않았는데 답답했다. 대문 밖으로 나왔을 땐 습기가 차올라 입 주위가 가려웠다.
    집 앞 골목을 나와 큰길가로 향했다. 길모퉁이를 돌아서니 아무도 없는 텅 빈 놀이터가 눈에 들어왔다. 방학이지만 아이들은 없었다. 길고 높은 굴뚝을 세운 산업 단지들이 길 건너편에 들어선 뒤부터 어른들은 아이들을 놀이터로 내보내지 않았다.
    창고 건물 담벼락을 따라 걷는 동안 짐을 실은 트럭과 컨테이너 화물차 들이 차례로 줄지어 지나갔다. 내 키보다 큰 바퀴가 달린 화물차가 지나간 뒤로는 눈을 뜨기 힘들 정도로 흙먼지가 일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 흙먼지를 가르고 버스 한 대가 정류장에 멈춰 섰다. 문이 열리자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버스에서 내렸다. 사람들은 급한 일이 있는 듯 바쁜 걸음으로 제 갈 길을 향해 걸어갔다.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 그런 모양이었다. 모두가 오로지 앞만 보고 걸었다. 손님을 태운 버스는 정류장을 떠나며 다시 흙먼지를 일으켰다.
    길가로 물러나 고개를 돌렸다. 눈에 먼지가 들어와 껄끄러웠다. 눈을 깜박거리다보니 담장의 깨진 벽돌 틈에서 자란 꽃 한 송이가 눈에 들어왔다. 민들레꽃이었다. 바람에 날려 온 씨앗이 쌓인 흙과 먼지에 뿌리를 내리고 자란 모양이었다.
    한동안 꽃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회색 담장에 핀 노란 꽃이 마치 별 같았다.
    “안녕.”
    손을 흔들어 인사하고 다시 걸음을 옮겼다. 몇 걸음 더 걷다 보니 또 한 송이가 눈에 띄었다. 그리고 또 한 송이.
    ‘내가 진짜 별을 볼 수 있을까?’
    횡단보도에 멈춰 서서 신호등불이 바뀌길 기다렸다. 손목이 가려워 문지르다 소매를 끌어 올리고 팔과 팔꿈치까지 긁었다. 가려운 곳은 많은데 어디를 긁어도 시원하지가 않다.
    횡단보도를 두 번 더 건너고 공장과 창고 담벼락을 세 개 더 지나 약국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손님들이 제법 많았다.
    “언니, 저 왔어요.”
    처방전을 건네자 약국 언니가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엄마보다 세 살 어린 언니는 아직 결혼하지 않았다며 아줌마라 부르면 싫어했다. 처음 만난 날부터 나에게 언니라고 부르라 했다. 파르스름해 보일 정도로 하얀 얼굴에 몸도 작고 왜소해 멀리서 보고 있으면 학생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보다 먼저 온 한 아줌마가 휴대용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는 옆 아저씨에게 낮은 소리로 말을 건넸다.
    “저 아가씨 얘기 들었어요?”
    아줌마가 약국 언니를 가리키자 아저씨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쫓겨났다던데, 무슨 병에 걸렸다고. 혹시 알아요?”
    아저씨가 산소마스크를 벗었다. 그러더니 주머니에서 휴지 뭉치를 꺼내 킁 소리를 내며 있는 힘껏 코를 풀었다. 아줌마는 슬쩍 돌아앉았고 주위 사람들은 아저씨에게 눈을 흘겼다. 조제실에서 약을 짓던 약사 할아버지는 밖을 내다보며 눈썹 사이를 찌푸렸다.
    나는 길가 쪽 창을 보며 마스크가 제대로 씌워져 있는지 확인했다. 엄마가 해 준 그대로였다. 고개를 돌려 진열장에 놓인 약들을 구경했다. 자동차 모양 상자에 담긴 종합 영양제와 요정 모형이 달린 비타민제가 보였다. 예전엔 엄마가 가끔씩 사 줬는데 아빠가 직장을 쉬게 된 후로는 아예 사 주지 않았다.
    “별, 별이다.”
    진열장 옆에 걸린 달력에 별이 담긴 밤하늘 사진이 있었다. 나는 비타민제를 내려놓고 달력 앞에 섰다. 어둠이 내려 검어진 땅의 모습과는 달리 밤하늘에 뿌려진 별들은 은하수의 붉고 푸른빛이 더해져 더욱 아름다웠다.
    “어디서 이 사진을 찍었을까?”
    사진을 찍은 사람은 정말 이 별들을 본 걸까 싶었다. 쏟아질 듯 많은 별들 아래에서 진짜로 서 있었던 걸까 싶었다. 내 그림책에도 별이 많다. 그 안에서 기침 하는 사람은 없었다. 나처럼 몸이 간지러워 긁는 사람도 없었다. 아이들은 미세먼지 보안경도 마스크도 없이 잔디위에서 뛰어놀다 수많은 별을 바라보며 잠이 들었다.
    별이 가득한 하늘 아래에서 잔다면 나도 편안히 잠이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날마다 덩치를 불리고 있는 공룡도 그런 날엔 창문틀에 목을 걸치고 깊은 잠을 잘 수 있을 거다.
    “서래야.”
    누군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엄마한테 가져다드려.”
    약국 언니가 비닐봉지를 내밀었다. 봉지 안에는 빨갛고 파란 알약들이 가득 담겨 있었다. 나는 엄마가 준 돈을 건넨 뒤 물었다.
    “언니, 언니는 별을 본 적 있어요?”
    내 물음에 언니가 잔돈을 주며 되물었다.
    “그럼……. 넌, 본 적 없니?”
    “그림책에서 봤어요. 여기 달력에서도 봤고.”
    언니가 흘깃 달력을 쳐다보았다.
    “실제로는?”
    “아뇨, 본 적 없어요.”
    “……한 번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언니는 손으로 이마를 지그시 누르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더니 이내 슬픈 눈빛으로 나를 보았다. 언니는 뭔가를 말하려다 약사 할아버지가 조제실에서 나오자 고개를 돌렸다. 나는 언니의 모습을 지켜보다 눈인사를 건네고는 약국을 나왔다.
    마스크를 고쳐 쓴 뒤 횡단보도를 건넜다.
    ‘언니가 왜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걸까?’
    한참을 걸었는데도 약국 언니의 얼굴이 머릿속에 남아 신경 쓰였다.
    옆집에 사는 메이는 아빠를 자주 볼 수 없어 슬프다고 했다. 꽃집을 하던 부모님이 이혼 한 뒤 아빠만 먼 곳으로 이사를 갔기 때문이다.
    메이는 소파에 혼자 앉아 있을 때나 텔레비전 리모컨이 없어졌을 때 그리고 늘 내려와 있는 변기 커버를 볼 때면 아빠 생각이 난다고 했다. 줄지 않는 냉장고 음료수와 채워지지 않는 쓰레기통을 볼 때도 그렇다고 했다. 그러면 온 종일 보고 싶은 게 아니냐고 물었더니 잠이 들었을 땐 아니라고 대답했다.
    ‘별을 못 본다는 게 그런 걸까? 만나고 싶어도 만날 수 없어 슬픈? 그래서 언니는 그런 얼굴로 나를 쳐다본 걸까?’
    쿠궁, 쿵.
    화물차들이 맨홀 뚜껑을 밟고 지나자 요란한 굉음이 들렸다. 도로 아스팔트가 군데군데 깨져 있는 데다 맨홀 뚜껑은 귀퉁이가 맞지 않아 계속해서 덜커덩거렸다. 차들이 지나간 뒤로 내가 다니는 초등학교가 눈에 들어왔다. 교실 수를 늘리느라 방학 내내 공사 중이었다.
    공장이 많아지면서 이사를 오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학생들도 늘어나 얼마 전부터는 학교 옥상에서 체육을 했고 급식실은 학년별로 시간을 나눠 써야 했다.
    폐기물을 가득 실은 차 한 대가 학교 운동장에서 나왔다. 얼마 가지 않아 시멘트 조각이 도로로 후드득 떨어졌다. 뒤따라오던 이삿짐 트럭이 그 조각들을 부수고 지나갔다. 바람이 불자 기다렸다는 듯 흙먼지가 일어났다. 먼지를 피하려 눈을 감았다. 땅을 울리는 무거운 진동이 서서히 멀어져 갔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올려다봤다. 뾰족한 철탑을 사이에 두고 고압 전선이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공장 굴뚝에서는 여전히 연기가 올라왔다. 체스판 무늬가 띠처럼 둘러진 굴뚝에서도 빨간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자리를 채운 굴뚝에서도 회색 연기가 올라왔다.
    뭉게뭉게 피어오른 연기는 하늘로 올라가 회색 구름을 만든다. 그리고 회색 하늘을 만든다. 아빠는 저 연기 때문에 우리가 별을 볼 수 없는 거라고 했다. 엄마는 저 연기 때문에 아빠가 기침을 하는 거라고 했다. 저 연기 때문에 아빠의 기침 소리와 함께 자라난 공룡은 날마다 날마다 더 커지고 있다. 언젠가는 공장 굴뚝만큼 커진 공룡이 우리 집을 삼켜 버릴지도 모르겠다.
    “서래야!”
    아까까지 아무도 없던 놀이터에 누군가 있었다.
    메이였다.
    메이가 보안경도, 마스크도 하지 않은 채로 나와 그네를 타고 있었다.
    “뭐 해, 여기서?”
    “서래야, 나 전학 가.”
    “왜, 갑자기?”
    내 물음에 메이가 고개를 떨어뜨렸다.
    “엄마가 여기선 더 이상 꽃을 팔 수 없대.”
    “그럼 어디로 가는데?”
    “할머니네로.”
    “곧 이사 가겠네.”
    “아니, 엄마는 남고 나만 가.”
    “왜?”
    “꽃 가게 그만하고 공장 다닐 거래.”
    메이가 기운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 아빠도 알아?”
    “…….”
    “너희 아빠가 너 안 데리고 간대?”
    “…….”
    메이가 대답 대신 얼굴을 붉혔다. 아빠를 볼 수 없어 슬프다는 말을 했을 때보다 더 힘들어 보였다.
    “메이야, 네가 가는 곳에선 별이 보일까?”
    내 물음에 메이가 귀를 가까이 하며 되물었다.
    “뭐?”
    “너희 할머니 집에선 밤하늘에 별이 보이겠지?”
    메이가 내 말을 곱씹어 보더니 잠시 뒤 붉어진 눈으로 나를 흘겨보았다.
    “너는 그런 게 중요하니?”
    “별이 보인다면 말이야…….”
    “넌, 별 같은 게 중요 해?”
    메이가 조금씩 울먹였다. 마스크를 쓰고 있지 않아 서운하다는 표정이 그대로 전해졌다.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메이가 별을 볼 수 있는 곳에 가면 그곳의 별을 볼 때마다 내 생각을 해 달라고 말하고 싶었다. 내 키가 더 크면 메이를 만나러 가겠다고도 말하고 싶었다.
    “내가 널 떠난다는데도 너는 별 같은 게 중요해? 나는, 나 같은 건…… 너한테 난 하나도 안 중요해? 우리 엄마랑 아빠처럼?”
    메이가 소리 내어 울기 시작했다. 난 아무 대꾸 하지 않았다. 미안하다는 말을 할까 했지만 나 때문에 우는 게 아닌 것 같아 멀뚱히 지켜만 보았다.
    잠시 뒤 눈물을 그친 메이는 자리에서 일어나 소매로 눈가를 닦았다. 그러고는 씩씩대며 자기 집으로 향했다. 내가 뒤따라가자 메이는 보란 듯이 쾅 하고 대문을 닫고 들어갔다. 칠이 군데군데 벗겨진 파란 대문이 한동안 부르르 떨렸다.
    메이가 떠나면 이제 저 대문을 볼 때마다 슬퍼질지도 모르겠다.

 

    집으로 들어가 약 봉지를 엄마에게 건넸다.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느냐는 표정이었지만 이유를 물어보지는 않았다. 화장실로 가 손과 눈을 씻었다. 마스크를 벗고 거울을 보니 입 주위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 왼쪽 뺨에선 진물도 흘렀다. 나도 모르게 문지른 모양이었다. 어릴 때 있었다던 피부염이 얼마 전 다시 생겨 나아지지를 않는다. 팔과 다리가 접히는 곳은 자주 가려웠다. 이제는 피가 날 때까지 긁어도 시원하지가 않다.
    “엄마.”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엄마에게 물었다.
    “왜?”
    “별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
    “별?”
    “응, 하늘에 떠 있는 별.”
    엄마가 분주한 손놀림을 멈추고 나를 보았다.
    “별은 먼지랑 가스 구름이 뭉쳐져 만들어졌지.”
    “정말?”
    “응.”
    어둠 속에서 빛을 내는 별이 고작 먼지 같은 거로 생긴다는 게 신기했다.
    “엄마, 나도 별을 볼 수 있을까?’
    “그런데 서래야, 그만 좀 문질러. 빨개졌잖아.”
    엄마가 얼굴을 부비고 있는 내 손을 잡아 내리더니 한숨을 깊게 내 쉬었다. 그러고는 무슨 말인가를 하려다 찌개가 끓는 냄비로 고개를 돌렸다. 나는 엄마가 일하는 모습을 바라보다 내 방으로 돌아왔다.
    창밖을 보니 해가 지고 있었다. 회백색 하늘이 점점 검게 변하는 사이 주홍색 가로등 불빛이 하나둘 켜졌다. 공중에 날리는 먼지들이 가로등 불빛에 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 먼지들을 보고 있자니 내 몸에 차곡차곡 먼지가 쌓이는 것 같다. 창문을 닫아도 쌓이고 쌓이는 먼지.
    커겅 커겅.
    아빠의 기침소리가 들렸다. 온몸을 쥐어짜듯 아빠는 또다시 힘들게 기침을 내뱉는다. 기침 소리를 듣다보면 아빠도 할아버지처럼 폐렴으로 돌아가실까 봐 무섭다.
    커겅 커억 커억.
    기침 소리에 가라앉아 있던 내 방의 먼지들이 힘없이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나도 별을 볼 수 있다면…….’
    팔을 뒤로 뻗어 등을 긁었다. 손에 피가 묻어났다. 아프지만 계속 긁었다. 몸에서 각질과 피딱지가 떨어져 나왔다. 이러다 내 몸이 가루가 되지 않을까 싶었다. 슬프다는 건 긁어도 긁어도 가려운 거다.
    어쩌면 별을 보기 전에 내 몸을 계속 긁어 가루가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너무 슬프지는 않을 거다.
    별은 볼 수는 없더라도 먼지가 되어…… 별이 될지도 모르니 말이다.

 

 

 

 

 

 

 

 

 

 

 

 

 

 

 

 

작가소개 /전성현

서울 출생.
2009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작품 활동 시작.
제15회 창비 ‘좋은 어린이 책’ 공모 고학년 창작부문 대상을 수상.
동화 『잃어버린 일기장』, 『사이렌』이 있음.

 

《문장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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