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줄을 끄는 사람 외 1편 - 황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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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개줄을 끄는 사람

 

 

황인숙

 

 


저 사람은 왜
개줄을 끌고 가는 것처럼 보이는 걸까
개줄을 끌고 있기 때문이지
때로 그는
식당이나 어떤 공원
앞에서 발을 멈추고
발길을 돌리리
개줄 끝에 개가
있거나, 없거나

 

어딘가 한 조각이
오려져 나간
혹은 빗금이 그어진
풍경처럼
관리가 안 된 생의
맨얼굴로

 

 

 

 

 

 

 

 

 

 

 

 

 

 

 

우직? 우지직!

 

 

그 언젠가 경기도 장흥쯤을 지나가는데
길가 현수막에 이런 문구가 펄럭이고 있었다
‘ 레미콘 반 남은 거 판매함
 포장해 드립니다 ’
오, 레미콘을 포장해 주다니
시멘트 포대에 담아준다는 걸까
드럼통에 담아준다는 걸까
멍하니 생각하다가
킬킬 웃었다
그 포장(包裝)이 아니라 이 포장(鋪裝)이었던 것

 

나는 때때로
말귀를 못 알아듣고 싶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고
나도 함께 깔깔깔이건 혼자 배시시이건
웃고 싶다
그런데 말귀를 못 알아들어도
뒤에는 그걸 알아채야 한다
뭘 알아야 웃든지 말든지

 

끝내 말귀를 못 알아듣는 사람,
저는 안 웃어도 속 편하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속이 뒤집히고
속이 타고 속이 터진다
개그라면 아재개그라도 좋다고
하시라도 웃을 준비가 된
웃고 싶은 사람들을
울고 싶게 만든다

 

 

 

 

 

 

 

 

 

 

 

 

 

 

황인숙
작가소개 / 황인숙

1984년 시 「나는 고양이로 태어나리라」를 시작으로 시집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나의 침울한, 소중한 이여』, 『자명한 산책』과 산문집 『목소리의 무늬』 장편소설 『도둑괭이 공주』등을 출간. 1999년 제12회 동서문학상, 2004년 제23회 김수영문학상 수상.

 

   《문장웹진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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