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 외 1편 -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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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화석

 

 

손미

 

 

    옛날에 있었던 일이다. 내가 진흙이었을 때 기차가 끌고 간 발자국과 긴 의문을 묻었던 얘기다. 참았는데 병신 같이 뼈가 자라던 일이다.
    교실 바닥에 깔린 아이가 씨발 너는 왜 가만히 있어 너는 왜 그러고 있어! 나를 보며 악을 쓰던 일이다. 살 속에서 비밀이 커지던 일이다. 내 모양대로 윤곽이 생기던 일이다. 조용한 국경이 생기던 일이다.
    너는 왜 나와 연루되어 있다는 걸 말하지 않니? 소문이 묻던 일이다. 비탈을 따라 실선을 긋는 일이다. 사라졌는데 뚜렷해지는 일이다.

 

    아무도 살지 않는 곳에 발자국 하나 찍는 일이다. 그 발자국이 조용히 커지는 일이다. 가장자리를 덧그리는 일이다. 꾹 참던 뼈가 진흙에서 자라 나무처럼 커지는 얘기다. 거기에 누군가 옷을 입혀 놓은 일이다. 사람 같아지는 일이다. 형벌처럼 아주 잠깐 꽃이 피는 일이다. 둘레를 따라 흔적이 남는 일이다. 살았던 모양이 찍히는 일이다.
    아무 것도 없는데 쿵쿵 가슴이 뛰는 일이다. 내 문양이 새겨진 토기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는 일이다. 거대한 발자국에 갇힌 사람들이 끌려가는 줄도 모르고 동족을 미워할 때 있었던 일이다. 다른 세상에서 찍힌 발자국에 오랫동안 빗물이 고였던 일이다.

 

 

 

 

 

 

 

 

 

 

 

 

 

 

 

 

 

거기 누가 있습니까
안에서 색칠하고 있습니다
껍질을 기찻길로 밀어 넣으라는 이미지입니다

 

도항증을 가지고
안으로 가면
사라진 여객선이 있을 것 같습니다

 

도미토리에서 몇 명이 잡니까
산 사람
죽은 사람
지나간 사람
태어날 사람

 

침수식물은 자라고 있습니다
가끔 나도 내 얼굴을 잊습니다
안에는 누가 있습니까
하지 말라는 게 왜 이리 많습니까
뼈가 깨지는 줄 모르고 사랑을 나누는
이들은 누구입니까

 

어떻게 빠져 나갑니까
길 잃은 여객선이 여기저기 부딪힙니다
살을 찢고 나올 것 같습니다
입구도 없는데
뭐가 이렇게 우글거리고 있습니까

 

 

 

 

 

 

 

 

 

 

 

 

 

손미
작가소개 / 손미

1982년 대전 출생. 2009년 『문학사상』 신인문학상. 2013년 김수영문학상. 시집 『양파 공동체』, 민음사

 

   《문장웹진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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