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서 외 1편 - 김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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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진술서

 

 

김언

 

 

    진술서를 써야 한다. 쓰다가 관둬야 한다. 계속 쓰면 안 된다. 마치는 곳이 있어야 한다. 그러기 전에 시작하는 진술서의 첫 문장을 써야 한다. 첫 문장은 진술이다. 마지막 문장도 진술이다. 진술이 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본 것이 없다. 진술이 없으면 아무것도 죽인 적이 없고 상하게 한 적도 없고 건드린 적조차 없다. 건드린 적이 없으니 진술조차 없는 곳에서 진술서를 써야 한다. 내가 보지 못한 것을. 내가 죽이지도 못한 것을. 아무것도 상하게 한 적이 없는데 이미 상해버린 것을. 일목요연하게 명확하게 그리고 인상적으로 건드리는 말. 건드려야 일어나는 말. 그 말을 몇 번에 걸쳐 고쳐 쓰고 있다. 고쳐 쓰라고 한다. 그래서 고쳐 쓴다. 나의 진술을 너의 요구를 누군가의 죽음을 몇 번에 걸쳐 죽어도 납득이 되지 않는 죽음을 너의 요구대로 나의 진술대로 한 번 고치고 두 번 고치고 수십 번도 넘게 고치면서 누더기가 된 나의 첫 문장을. 계속해서 잘못 쓰고 있다. 계속해서 잘못 있다. 그 현장이.

 

 

 

 

 

 

 

 

 

 

 

 

 

 

 

두 사람

 

 

    나는 두 사람이 되려 한다.
    너를 가진 사람과
    너를 가지지 못한 사람.
    너를 가졌으면 너를 포기하는 사람.
    너를 가지지 못했으면 너를 가지고 싶은 사람.
    나는 두 사람이 되려 한다.
    포기하는 걸 포기하지 못하는 사람과
    가지고 싶은 걸 가지지 않으려 하는 사람.
    포기하지 못해서 더 포기하고 싶은 사람과
    가지고 싶어서 더 가지지 않는 사람이
    되려 한다. 나는 너희 두 사람이 되려 한다.
    두 사람을 가지고 싶어 한다.
    가지고 싶은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가져봤자 소용없는 사람과 가지고 싶어도
    소용없는 사람이 되려 한다.
    소용없어서 너를 버리는 사람이 되려 한다.
    소용 때문에 너를 버리고 아까워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너는 포기한 사람이 되려 한다.
    내가 포기하는 사람이 되려 한다.
    너는 생경한 사람이 되려 한다.
    내가 모르는 사람이 되려 한다.
    너는 떠나고 있다. 미련 없이 나를 말하고 있다.
    홀가분하게 나는 두 사람이 되려 한다.
    떠나고 없는 사람과 떠나도 소용없는 사람과
    떠나봤자 다시 사람을 찾는 사람이 되려 한다.
    너를 가지고 싶어 한다. 너를 가지고 싶어 하는
    나를 포기하려 한다. 너는 이미 포기했다.
    포기하는 걸 포기했다. 그래서 남는 사람이
    내가 되려 한다. 그마저도 포기한다면
    나는 완벽히 두 사람이 될 것이다.
    여기 없는 사람과 저기 없는 사람.
    어디에도 없는 사람과 어딘가에 없는 사람.
    거의 없는 사람과 거의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려 한다. 그런 사람이 되고 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과 아무것이나
    하고 있는 사람. 둘 사이에 누가 들어서더라도
    한 사람은 아닐 것이다. 두 사람도 아닐 것이다.
    너무 많은 사람이 되려 한다.
    너무 없는 사람이 너를 지나갔다.

 

 

 

 

 

 

 

 

 

 

 

 

 

김효나
photo by 이병률
작가소개 / 김언

1998년 『시와사상』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소설을 쓰자』 『모두가 움직인다』 등이 있음.

 

   《문장웹진 2017년 0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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