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anaka-Stucky [미국의 현대시인⑥] 자나카 스터키(Janaka Stucky) -
목록

 

[기획특집]

 

 


미국의 현대 시인 ⑥

자나카 스터키(Janaka Stucky)

 

제이크(Jake Levine, 시인)

 

 

 

< 미국의 현대 시인을 소개하며 >

 
    21세기 미국 시에 있어 주요 쟁점은 정서가 미국 문학과 함께 잘려나가고 있더라도 개념시가 정서의 본질에 담고 있는 역할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 시의 권위자인 칼빈 베디언트(Calvin Bedient)는 보스턴 리뷰지에서, 그들이 쓴 시는 개념시가 비윤리적인 것이라고 교활하게 말하면서 ‘삶의 가치를 무시하라’와 같은 개념 프로젝트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썼다. 개념론자들은 개념시가 표현하는 것은 감정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을 대신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찰스 번스테인(Charles Bernstein)이 말한 것처럼, 개념시는 ‘깊은 뜻을 담고 있는’ 시라고 반박했다. 그러는 동안, 이 논쟁은 미국의 더 젊은 작가들의 상상력을 전달하거나 사로잡는 데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논쟁은 엘리트적이고, 지적으로 멍한 채로, 백인 중심으로, 역사상 있어왔던 이전 논쟁과 같이 가부장적인 태도가 반복될 뿐만 아니라, 대체적으로 사회와 미국 문화와 시의 관계를 무시한다. 또 미국 대학에서 존경 받는 종신교수들이 시는 거품 속에 존재하는 것이라는 식으로 논쟁을 발전시키는 동안, 젊은 세대의 시인들과 이들의 시는 성장하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작품은 미국의 문화, 정치, 사회를 대표하는 동시에 정면으로 맞선다. 단지 시학에 관한 분석과 해석에 국한하는 것은 시에 해가 되며, 시를 제약하는 것이다. 이는 패러다임 밖의 시이고 그러므로, 적어도 지금까지는, 구체적인 꼬리표 또는 움직임으로 분류되기를 거부해왔다. 몇 회에 걸쳐 나는 미국의 가장 젊은 세대의 시인 몇 명과 그들의 작품을 한국에 소개하고 그들의 시 세계를 인터뷰해보고자 한다.

 

 

 ◆ [시인 소개] 자나카 스터기(Janaka Stucky)

 

Janaka-Stucky
Janaka-Stucky

    자나카 스터키(본명 조너선 스터키, 1978년 3월 23일 태생)는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 근거지를 두고 활동하는 미국 시인이자 공연예술가, 독립출판사 출판인 겸 기획자다. 독립출판사 블랙 오션(Black Ocean)의 설립자이자 저널지 「핸섬」의 출판을 맡은 바 있으며, 세 권의 시집〔『오직 자유만이 그대의 이름(Your Name Is The Only Freedom)』(브레이브맨 프레스 2009), 『세상은 그대에게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라오(The World Will Deny It For You)』(아사타 프레스 2012), 『진실은 우리가 완벽하다는 것(The Truth Is We Are Perfect)』(서드맨 북스 2015)〕을 펴낸 저자다. 그의 글은 허핑턴포스트와 포에트리 파운데이션에 실렸다. 2010년, 보스턴 포에닉스에서 해마다 선정하는 독자가 뽑은 “보스턴 베스트”에서 ‘최고의 시인’ 상을 수상했다.

 

    자나카 스터키는 매사추세츠 주 보스턴에서 태어났으며 유년기엔 아시람 ¹ 에서 많은 시간을 보냈다. 본명은 조너선이지만, “태어난 지 8개월 무렵, 부모님의 구루 ²가 자나카[1]라는 세례명을 추천했다.” 고대 미틸라 왕 이후, 종교지도자의 철학은 아쉬타바크라 기타(Ashtavakra Gita)에 연대순으로 기록되었고, 지도자의 성도(成道)는 바가바드 기타(Bhagavad Gita III, 20, 25)에 나와 있다. 스터키는 에머슨 대학에서 학사학위를 취득했으며, 동 대학에서 거리 시 공동체인 “게릴라 시인전”을 공동 창설했다. 2003년에는 버몬트 대학에서 시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02년에서 2009년 사이에 스터키는 장의사로 일한 바 있는데, 그가 말하길 “이 일로 인해 어떤 감화나 정보를 제법 많이 얻었죠……. 언어의 끊임없는 죽음을 위한 장례식 또는 의식 절차로 시를 이해하게 됐어요.”
    스터키는 권투에도 관심이 있다.

 

    자나카 스터키의 홈페이지: http://janakastucky.com/

 

 

   ■ 《들어가는 글》 투쟁 시 /스스로에게서 해방되다

 

    식민 지배를 받은 시인의 작품에 관해 글을 쓴 프란츠 파농은 『국민의 문화(On National Culture)』에 다음과 같이 썼다. “우리가 먼저 소외감을 깨닫지 못하면 결단력 있게 나아갈 수 없다. 우리는 다른 면에서 모든 것을 가져왔다. 하지만 그네들 편에서는 천 번을 비틀어 자신들의 방향으로 우리를 지배한 것과 일만 개의 장치, 십만 개의 속임수로 우리를 유혹하고 신념을 저버리게 하고 우리를 감금한 것 외엔 준 것이 없다…….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과거를 통해 그 사람들과 재회하는 것으로는 충분치 않다. 오히려 문득 그 모든 것에 의문을 제기해 줄 근대의 반대운동을 통해 재회해야 한다. 가령 사람들이 발견될지도 모르는 숨겨진 변동 지역에 집중해야 하는데, 그들에겐 잘못이 없기 때문에 이곳에서 바로 그들의 영혼은 확고해졌고, 그들의 통찰력과 숨결은 거룩해졌다.” ³ 점령운동과 아랍의 봄 ⁴이 세계화된 사회로써 우리에게 뭔가 알려줬다면, 그건 바로 무장한 경찰국가의 도래, 경찰 감시의 영역, 제국의 다른 모든 촉수가 더 이상 국경에 제한을 두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바마 정권이 쇠퇴한 것은 사회건강보험을 줄여서 이익을 얻고, 동성 결혼에 관해 시민들이 무차별적인 대규모 시위를 일으키게 만들었으며, 정부감시자(첼시 매닝, 에드워드 스노덴)의 투옥 및 협박, 그리고 소극적인 경제정책 및 환경정책을 지속한 것인데, 이로 인해 8년 전보다 더 우울한 상황이 되었다. 그동안 시가 사회가 향해 있는 곳의 지표였다면, 개인적인 언어, 문법파괴 그리고 거울에 비춘 것 같은 또는 뒷받침된 모방 작품, 그리고 후기 자본주의 언어(한번 언급했던 프레더릭 제임슨처럼)의 포스트모던의 미학에서 탈피한 새로운 시인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프란츠 파농의 말을 빌려, 10년이 지나 구닥다리 같거나 진부해 보이는 종교적이고 정치적인 상징을 이용해 정치와 관련된 현재의 사실성을 되찾으려고 시도하는 투쟁시를 통해 이 새로운 미적 기능을 논의하고자 한다. 하지만 모순되게도 이 시는 자본주의 사회의 언어를 사용하기보다는 그 반대의 언어로 쓰였으며, 단순한 이미지보다 실체에 관심을 두고 있다. 내가 논하고자 하는 시인은 포에틱 운동을 구현하는 시인, 바로 자나카 스터키다.

 

    최근 웹진 《작가의 뼈》 인터뷰에서 스터키는 “깨어 있는 명상” 속에서 “무아지경 상태로” 글을 쓴다고 말한다. 그가 말하길 “목표는 특별하게 어떤 것을 쓰는 것이 아니라 텅 빈 상태가 되는 것이다. 명상의 끝에서 페이지에 존재하는 것은 시다“. 글쓰기란 “죽음을 몰고 오는 수천 번의 담화의 암흑 ⑥”을 지나간다고 독일어로 평가한 파울 첼란처럼, 스터키의 시는 종종 그 자체를 삭제하고, 과한 것을 제거하고, 더 순수한 형태에 도달하는 것에 몰두한다. 채워진 상징물의 힘에 크게 의존하는 한 종류의 어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시는 듣는 이로 하여금 애매모호함과 모순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스터키는 괴로움과 즐거움, 비탄과 안도, 상실과 조화라는 상반된 두 관계 사이에서 흔들리면서도 성큼 다가서기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닮은꼴을 한 검은 그림자가 양면에 드리워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부분과 뒷부분에는 차이가 없고 심지어 괴로움도 즐거움의 한 부분이다. 이것은 첼란 집단이 독일어의 규칙을 어김으로써 구조를 부쉈던 것과 마찬가지로 변증법적 사고를 하는 마니교 집단 내부에 반대하는 구조를 부숴버린다. 하지만 신이 죽음의 역사에 불참했다는 홀로코스트 ⑦ 라는 “기류 속에서 죽음”이라는 기억에서 살아남으려는 방법으로 “흙과 찰흙으로 또다시 우리를 빚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축복받은 자는 아무도 없다. ⑧”라고 첼란이 쓴 것과는 달리, 스터키는 주로 죽음을 불멸의, 정신적인 의식을 향한 문턱인 것처럼 언급한다. 그러한 점에서, 『진실은 우리가 완벽하다는 것이다(The Truth Is We Are Perfect)』에 쓰인 수많은 시는 죽음을 생존시킬 방법으로 언어를 다시 만든 첼란의 프로젝트와 유사하지만, 스터키의 시는 평범한 언어를 사용해 죽음을 영혼의 환생을 위한 길로 재탄생시킨다. 여기 스터키의 시 『불멸의 눈의 영원한 불꽃에서』 중에서 재가 출발의 장소로 어떻게 쓰였는지 살펴보자.
.

 

그대가 나무를 베어버린다면
따뜻하게 하려고 나무를 태우겠지요
 
 
불사신의 눈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속에서 한 발 물러나 있는 동안
몸을 움직여 나무를 태워버린다면
 
 
그대의 텅 빈 두 손은 비워 두어요
 
 
그대의 발자국은 재로 시작하게 두어요
 
 
그대 내세의 머리는 우리가 빛에서 벗겨낸 문제 중에서
 
 
내가 그대에게 짜맞춰 주었던 베개 위에 두어요

 

    나무 재에서 머리로의 움직임은 첼란이 독일인의 “금발”과 술람미 여인(『솔로몬의 노래』에 나오는)의 “회색 머리칼”을 비교한 “죽음 둔주곡”을 연상시킨다. 첼란은 결코 “불려질 수 없는 것⑩”의 구렁텅이로 내려가서 고이 잠들어 있는 죽은 사람에 관해서는 쓰지 않는다. 반면 스터키는 죽음의 문을 통해 주제를 끌어와서 다시 태어난다. 나무가 타고 남은 재는 영적인 부활을 위한 재물로 바쳐진 장소(“그대의 발자국은 재로 시작하게 두어요”), 강탈을 통한 정화(“그대의 텅 빈 두 손은 비워 두어요”)가 되며, 모순되게도 세상의 문제는 빛으로부터 벗겨졌고, 또 빛 없이 벗겨졌다. 재물로 바쳐진 나무의 죽음을 통해 이루어낸 상징적인 전환은 적멸과 불멸 사이에서, 더 깊고 영적인 깨우침을 향한 피상적이고 물질적인 세상에서 일어난다. 우리는 출산 전/사후로 되돌아간다(물러나 / 불사신의 눈의 영원히 꺼지지 않는 불 속에서). 그리고 이와 같이, 삶은 언제나 때에 맞춰 삶과 죽음을 표시하는 화염 속에 혹은 앨런 긴즈버그가 『유럽, 유럽』에서 지나가는 차에 관해 “그들이 어디로 가는지 안다 / 죽음으로 하지만 괜찮다 / 죽음은 온다 / 삶 앞에⑪”라고 쓴 대목처럼 뒤엉켜 있다. 이리하여 시인이란 “자신이 처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상황으로 들어가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첼란의 애원을 스터키가 능란히 충족시킨다고 말할 수 있다.⑫

 

    스터키는 동시에 여러 삶을 살고 있다는 인상을 주는데, 그의 시에는 볼거리가 넘친다. 우리는 더글러스 러시코프가 디지털 정신분열증인 현재의 충격이라고 일컬은 의식 속에서 살도록 요구하는 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여기서 가상으로 기록한 삶의 연대표가 실제로 살아온 경험의 가치를 빼앗고, 이야기체의 만성적인 습성은 끊임없는 갱신과 현재의 가상 상태에 무너져버린다. 스터키가 논하는 몰아내기를 통한 불멸에 관한 탐구로 인해 잠재적인 시가 ‘현재의 충격’에 해독제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시로 인해 영적인 의식이 깊어짐으로써 존재의 폭이 넓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기회를 갖게 된다. 다시 말해, 소아(小我) 빼앗기를 목표로 한 책보다 셀피⑬ 그 자체에 사로잡힌 문화에 더욱 맞설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일상생활에 모든 기계장치와 존재에 관한 뭐 그러저러한 것들(이상한 장소에 있는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고양이들, 페이스북 얼굴을 만드는 페이스북 아기들, 도널드 트럼프) 속에는 여전히 인간이 되는 것에 관해 대단히 심오한 무언가가 있다. 모방 작품 또는 패러디 혹은 개인 언어와는 대조적인 상징주의를 받아들이기로 선택한 시, 우리를 역사적 시간, 인간 시대의 이야기로 되돌리려는 시야말로 포스트모더니즘의 부산물에서 탄생한 시다. 시를 감싸 안기를 선택했다면 매일이 축복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실이다. 모든 상징은 우상이 되기 위해 진부한 것에서 끌려온다. 스터키가 말했듯이, 진실은 우리가 완벽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처할 수 있는 가장 힘든 상황에서 스스로를 자유롭게 내버려두라.

 

 

 

   ■ 시인과의 인터뷰

 

    – 제이크 리빈(이하 JL) : 먼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세 살에 새로 나온 음반을 사서는 집에 가는 길에 차에서 가사집 혹은 팸플릿에 적힌 가사를 전부 읽고 그 노랫말에 맞는 음악을 상상하고, 실제 삶의 각본으로 그 음악이 배경이 된 이야기와 노랫말을 썼다는 점에서 당신 시를 읽을 때마다 가끔 소름이 돋아요. 당신이 예전에 했던 인터뷰에서 당신은 동시에 몇 가지 삶을, 그러니까 시인이자 출판인, 장의사, 풍자시극 연기자, 권투선수, 공포물 애호가, 구어 예술가, 명시 선집 편집자 등으로 살고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렇게 다른 삶을 살고 혹은 살아온 것이 당신의 작품에 어떤 영향을 끼쳤나요?

 

    – 자나카 스터키(이하 JS) : 저는 다른 삶을 전부 경험해 보고 또 전문적이거나 예술적인 환경에서 언어 또는 말투를 바꿔 봄으로써 고상한 것과 일상적인 것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이 문제를 전 친구랑 이야기했어요. 비주얼 아티스트인 이 친구는 뉴욕에서 꽤 유명한 신비주의 인물이자 자신의 ‘본업’에서도 기량을 보이는 전문가예요. 이야기해 본 결과 제게 있어서 다른 삶을 산다는 것이 내 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라기보다는 내 일이 다른 삶과 얼마나 잘 맞느냐 하는 것이더라고요. 지금까지 제가 알아낸 방법 중 가장 좋은 방법은 내가 정말 불쑥 해낼 수 있는 것들 중에서 어떤 영적인 의도를 내 중심에 넣어 보는 거예요. 그러면 그 일은 내가 행한 모든 행동, 예를 들면 창의적이거나 전문적인 것, 개인적인 것들이 저 영적인 중심에 얼마나 조화를 이루는지 또는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지 의식하게 되죠. 내가 한 행동들이 중심에 조화롭다면, 멀리 살고 있는 사촌일지라도 어떻게 해서든 서로에게 상호보완이 될 거예요.

 

    – JL: 어쩌면 이상한 비유일지 모르지만 당신 작품을 읽으면 마흐무드 다르위시가 생각이 나요. 정관사를 상당히 자주 사용하거나 사용하는 명사에 상징적인 것이 드러나는 것을 보면 뭔가 의도적인 것 같아요. 자주 사용하는 성서에 나오는 은유의 사용. 이건 순수예술 학위 과정 중에 주로 나타나는 증상 같은 건데, 시 전공 학생들은 ‘거대한’ 주제에서 벗어나라고 배우거든요. 제 생각엔 「나는 신에게 십대 교향곡이었다(I Was a Teenage Symphony To God)」에서 사용한 명사 ‘외로움, 화산, 피, 머리카락, 물, 불, 전염병, 세상, 날개’ 등은 전부 거대한 것 같아요. 당신의 경험상 특정 주제나 언어에서 벗어나 작업한다는 점에 압박을 받은 적이 있나요?

 

    – JS : 아, 네. 사실 예술학부 과정을 밟는 동안 그런 압박을 받았고, 직후에 현대 미국 시 무대에 진입할 때도 그랬어요. 지금은 그렇지 않지만, 10~15년 전으로 돌아가 보면 그랬어요. 정직함 그것은 일반적으로 반어법에 호의적인 용의자로 여겨졌어요. 사실은 한 유명한 잡지 편집자한테 들은 말이에요. 제 시에 쓰인 몇 가지가 지지할 수 없을 정도로 “고스(goth) ⑭”였대요. 그 당시 제가 장의사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시들이 죽음에 관해 상당히 자세히 표현하고 있었으니까 아마 그 말이 맞을 거예요. 어쨌든 내가 종종 해결하려 했던 미학적인 역설이 있어요. 거기에서 사상주의 대가의 시에 담겨 있는 선(禪)과 같은 통제를 인정하지만 독일식 낭만주의와 프랑스식 초현실주의 그리고 러시아 시학인 ‘은시대’에 나타나는 진짜로 복잡하고 극적인 이미지에 더 깊게 빨려 들어가죠.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작품에는 폭발성을 띤 카타르시스를 품고 있는 폭발하기 일보 직전의 억제, 이 두 가지 요소를 모두 담고 있어요.

 

    – 에리카 라스토브스키테(이하 EL) : 블랙 오션(Black Ocean)이라는 소형 출판사의 설립자로서, 일반적으로 소형 독립출판사가 문화매체와 출판 혹은 문화계층의 활력에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 주시겠어요?

 

    – JS : 문화적 관점에서 작고 독립적인 출판사는 미국에서 아주 중요합니다. 더 큰 출판사들은 미학적인 면에 있어서 보다 보수적인 경향을 가지고 있어요. 이익을 극대화시키기 위해 인구통계학적으로 가능성이 가장 폭넓은 쪽의 요구를 받아들이려는 것이 기업의 본질이니까요. 일반적으로 대형 출판사는 ‘돌파구’ 같은 작가를 찾겠지만, 그런 일은 극히 드물죠. 왜냐면 기업은 위험을 감수하는 행위를 상당히 싫어하기 때문이죠. 반면, 독립출판사는 정반대의 전략을 가지고 있는데, 틈새 독자를 겨냥하고, 새롭고 흥미로운 목소리를 출판하려고 하죠. 미적 다양성을 활성화시키려는 것뿐만 아니라 다음 세대의 작가들에게 더 많은 출판 기회를 만들어주려고 해요. 하지만 이것이 단순히 젊은 시인 대 나이든 시인, 혹은 새로운 시인 대 공인된 시인에 관한 것은 아니에요. 예를 들어, 많은 기업형 출판사들은 번역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지 않지요. 반면 토마지 살라문(Tomaz Salamun)은 자신이 쓰게 될 앞으로의 모든 영어 작품을 블랙 오션 출판사를 통해 미국에 출판하기로 합의했어요. 이 경우에, 우리는 좀 더 나이가 있고 세계적으로 상당히 공인된 시인 한 분을 모시고 있는데, 그는 소형 독립출판사에서 출판을 하고 있어요. 소형 독립출판사는 서로를 존중해 주고 또 균일화되고 안전한 ‘주류’에서 추구하는 미학과는 거리가 먼 어떤 것에 열의가 있기 때문이죠.

 

    – EL : 소형 인디출판사의 존재가 현대의 글쓰기에서 무엇을 의미하나요? (바꿔 말하자면, 소형 출판사가 늘어날수록, 더 좋은 글을 만들어낼 수 있고 발견할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는 건가요? 그 반대도 마찬가지고요.)

 

    – JS : 독립출판이 중요하고 새로운 글 간에 상관관계가 명확하게 있다, 라고 확신 있게 말씀 드리긴 어렵군요. 하지만 독립출판이 예술 분야에서 더 다양한 대화를 이끌어낸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저는 새롭고 중요한 작품은 대화를 통해 발전된다고 생각합니다.

 

    – EL : 인디출판 세계가 굉장히 다채롭고 활성화되는 데는 여러 요인이 있습니다. 이들은 흥미로운 콘텐츠를 생산해 내는데, 이 콘텐츠는 인쇄매체뿐만 아니라 문화매체의 전통적인 형식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는 학제 간 작업이기도 하죠. 그들의 작품은 현대문화와 사회적, 정치적 실재에서 정보를 받고 있죠. 이러한 문화와 관련된 지적인 잠재력에 호감 갈 만한 환경을 만들기 위한 필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 JS : 사소하지만 거창한 대답을 요구하는 질문이군요. 누군가는 인류학에서 어떤 예술계가 결실을 맺게끔 만들어주는 책 한 권을 쓸 수도 있겠지요. 높은 수준으로 봤을 때, 제 출판사인 블랙 오션과 우리 회사와 나란한 위치에 있는 다른 출판사들을 위한 성공적인 환경을 만드는 데 다양한 요인이 많다고 봅니다. 많은 회사들이 존재하기 위해 서로에게 의지합니다. 그래서 “네가 X를 가지면 Y를 얻을 수 있고, Y를 가지면 Z를 얻게 될 거야”라고 말하기는 힘들어요. 예를 들어 ’공동체‘를 가지는 것에 관해 말해 볼게요. 미국에는 특히 더 젊은 세대에서 현대 시인들로 구성된 굉장한 공동체가 있으니까요. 이러한 공동체를 가진다는 것은 더 많은 독자층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출판할 수 있는 더 많은 재능꾼들을 만들어내는 거예요. 하지만 어떤 게 먼저일까요? 두 가지는 함께 커질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공동체가 구축될 수 있는 요인은 굉장히 많아요. 보다 수준 높은 교육체계와 창의적인 글쓰기 프로그램의 수가 늘어나야 하죠. 정부와 민간단체 또는 개인이 지원해 주는 비영리기금도 있어야 해요. 그리고 이 모든 요인에 대한 비판도 있어야 하지요. 이미 만들어진 체계 밖에서 외부와 단절한 채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들은 자기만의 것을 하기 위해서 다른 인디출판사를 성공적으로 창설했어요. 핵심은 헌신적이고 훈련이 잘 되어 있고 열정적인 개인들로 구성된 비교적 작은 그룹이 사회 조건에 관계없이 엄청난 규모로 예술을 전파하기 위해 엄청난 희생을 했다는 거예요. 당신도 그걸 찾으려고만 한다면 당신만의 길을 찾겠지요.

 

    – EL : 인디출판에 있어서 전자출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인쇄부수에 도움이 되나요 아니면 그 반대인가요?

 

    – JS : 전반적으로 전자출판을 하는 인디출판업자에게 들은 바로는 전자출판 판매가 일반적인 책 판매에 보태지는 것이지 전자출판이 대신하는 것은 아니래요. 시에 있어서는 전자책 수요가 아예 없거나 거의 없다는 거죠. 세상이 진보되었다고는 하나, 글이라는 게 휴대전화 화면에서 만족스러울 만큼 리플로 ⑮되지는 않기 때문에 여전히 현 기술이 시를 대신할 만큼 대단치는 못해요. 게다가 출판업을 하는 입장에서 난 전자책엔 관심이 없어요. 전 단순한 문학애호가가 아니에요. 책 숭배자 (16)거든요. 나한테 독서란 관능적인 경험이에요. 그리고 그건 육체적인 인공물로 엮여 있어요. 전 책을 들고 만지는 걸로 기쁨을 얻고 그로 인해 독서를 통해 얻은 기쁨을 증폭시켜 줘요. 선진국에 사는 문학작품을 읽는 많은 독자들은 저마다 전문 직업을 가졌는데, 그 일로 인해 사람들은 하루 종일 번쩍이는 화면을 쳐다보고 있지요. 또 우리는 텔레비전이나 영화를 보느라고 화면을 또 자주 보게 되지요. 책을 읽을 때는 번쩍이는 화면에서 떨어질 수 있어서 행복해요. 블랙 오션을 운영하면서 곁다리로 세상에서 가장 큰 학술 전문 출판사에서도 일을 했는데, 거기서 맡은 일은 온전히 전자출판이라는 게 아이러니하지요. 하지만 그곳에서 함께 일하는 사람들조차도 문학작품에 관해서는 종이로 된 책을 선호한답니다. 전자책이 특정 어플리케이션에는 유용하지만, 관능미는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전자책은 아마 대형 출판사의 미학에 더 적합하지만 반면, 인디출판사는 육체와 정신 둘 다 존재하는 좀 더 특정한 독서 경험과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 EL : 작가이자 출판인, 이 두 가지 활동이 하는 일에 어떤 작용을 하리라 보시나요?

 

    – JS : 확실히 서로에게 영향을 주지요. 작가일 때는 출판업자들에게 더 공감하게 되고, 출판업자일 때는 우리 회사에 소속된 작가들을 열렬히 지지해 주게 되거든요. 결산해 보면 이익이 나진 않아요. 하지만 결산이라는 건 독자 수이고, 그렇게 더 나아가 확장유지가 가능해지고, 그렇게 되면 이윤은 이런 목표의 부산물인 거죠. 제 소임은 내 작가들에게 아름다운 책을 만들어주는 일이고, 이 책들을 읽게 만들어주는 거예요. 따라서 작가로서 나는 출판업자에게 기대하는 것과 똑같은 것을 기대해요. 그리고 그렇게 하면 작품을 어디로 보내야 하는지에 관해 상당한 안목이 생기게 돼요! 아마 가끔은 지나치게 예리한지도…….

 

    – EL : 소형 인디출판 세계의 동향 및 추세는 어떠한가요?

 

    – JS : 대답하기 난해한 질문이네요. 인디출판 세계는 너무 방대하고 다양하거든요. 제가 관찰해 온 바로는 아름다운 책을 만드는 데 점점 초점이 맞춰지고 있어요. 10년 전 블랙 오션을 시작할 때, 제가 품은 목표는 아름답게 디자인되고, 제작된 책을 찍어내는 것이었어요. 너무 많은 출판사들이 값이 싸고 그래서 허접한 책을 만들고 있었거든요. 그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책과 관련된 사업을 늘리고 있구나 하고 생각했죠. 이 점이 내겐 흥미로웠는데, 블랙 오션을 설립하기 전에 저는 디아이와이 펑크/잡지 문화에서 인디출판을 했고, 보스턴에서 연간잡지박람회를 주관하고 있었거든요. 수년간 그곳에서 똑같은 동향을 봤어요. 엄청나게 저급의 생산 품질로 만들어진 정보 중심 잡지에서 사랑스러운 수공예 장인이 만든 책으로 이동하는 추세였어요. 아마도 거기서부터 인디출판이 거슬러온 게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이런 추세는 더 큰 출판사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죠. 이런 추세는 부류들의 수정쯤 되겠네요. 점점 늘어나는 디지털 세계의 경험 속에서 물질의 질에 주안점을 더 많이 두는 것 같아요. 이를테면 육체와 정신이 균형을 잡는 식으로요. 모든 건 형이하학(形而下學)적인 것과 형이상학(形而上學)적인 것의 균형을 추구하지요.

 

 ● 출처: 인터뷰 내용 중 일부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 살고 있는 에리카 라스토브스키테(문학 전공 대학원생)가 작가와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나눈 내용과 이메일을 통해 제이크 레빈이 주고받은 내용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글 _ 제이크(Jake Levine, 시인)

 

 

  ■ 자나카 스터커의 시

 

  기적의 개체 다시 만들기

 

겨울이 아닌 다른 것에 속한 채
나는 나를 만든 얼굴을 마주한다

 

그리고 내 모든 시간을
너의 무모한 두 손 위에 놓는다

 

나 스스로를 하늘의 죄수로
만든다

 

네 이에 끼인
달콤한 베르무트

 

유령처럼
나를 만들고

 

나의 만발한 마음의 다락방에서

 

잠자는 머리 위를 요동치는
입들의 행진을 듣는다

 

도둑들이 손가락으로
보름달 들어 올리는 소리를 듣는다

 

내가 너에게 준 바다가
어둠에 맞서 손을 흔드는 소리를 듣는다

 

지구의 제복
그리고 행진하는 꼬마 성도들

 

피처럼

 

나를 깨우고 반짝이게 해준 너의 기억을
듣는다

 

그리고 강제로 밀려든 두려움의
구덩이를 들어 올린다

 

빗장이 벗겨진 눈(雪)을 밟고
여기 그들이 온다

 

여기 그들이 온다
여기 나의 배신자들이 온다

 

 

 

  기적의 개체 다시 만들기

 

내 평생을 전쟁통에 살았소
모두가 그렇듯 나도 그렇소

 

그것을 담고 있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선박 한 채

 

그대가 날 불에 넣는다면
난 불이 될 것이오

 

그대의 치아를 내게 올려놓아요 그러면 난
그대의 입에서 나는 소리가 될 것이오

 

그대가 저 도끼를 보면 그 도끼가
바로 나요

 

그대 두 손에 담은
나에게서 나를 쪼개어도
그 또한 나요

 

그대 도착하면
나는 다가오는 그대가 된다오

 

그대가 관여했던 눈(雪)
나는 다음번

 

대전을 겪는다오

 

 

  기적의 개체 다시 만들기

 

내려앉은 검은 밤을 만든
거대한 그림자에서 벗어나 나는 쇠약해진다

 

내 목을 둘러싼
그대 가능성의 흰 돌고래

 

유령들이 있는 내 침대에서
나를 꽉 움켜쥔 그 손은 그대의 손

 

나를 들어 올려 나를 던져버려
마법처럼 태어나기 이전 여명 속으로

 

그곳에서 나는 웅얼대고 웅얼대고 웅얼댄다
그리고 웅얼대

 

 

 

  기적의 개체 다시 만들기

 

소년 시절 난 온통 소금으로
만들어졌다

 

흠모의 정적으로 고요하다
무언가 왔기 때문에

 

내 앞에

 

아버지처럼

 

거대한 고래의 배꼽에서
나는 살았다

 

너의 도착으로 환희 빛나길
기다리면서

 

소금 빙하를 위해
기도한 밤에

 

이제 나는 기다린다
기다렸다
기다릴 것이다

 

자는 동안 너의 발자국을 먹는다
동물의 꿈에서 깨어나 나는 전설이 된다

 

 

  기적의 개체 다시 만들기

 

혀는 내 것
말을 만들어냈고
너를 복종시키지

 

목은 네 것
드러나는 분수

 

설명할 수 없는 부드러움

 

내리막이 오르막보다
더 위대해질 때 너는

 

말하지 내가 널 가질 수 있다고
하지만 넌 나를 필요로 하지

 

아니야

 

        내 몸을 연기로 바꾸려는 게

 

내가 정전을 기다리는 동안
너는 누르지
내 손가락 관절을 더 깊이
네 목구멍 뒤쪽으로

 

janakastucky-coverart
janakastucky-coverart

 

소개 및 글 _ 제이크 레빈(Jake Levine, 시인)ame-poem-jake
 

제이크 레빈은 2010~2011년 리투아니아에서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비롯해 여러 장학금 및 수상을 한 바 있다. 두 권의 소책자(『삭제의 문턱(The Threshold of Erasure, Spork 2010)』과 『빌뉴스 악령(Vilna Dybbuk, Country Music 2014)』)를 저술했다. 그의 시, 번역물, 에세이 등은 보스턴 리뷰지, 루에르니카, HTML자이언트, 아틀라스 리뷰지, 페이퍼 다츠 외 여러 잡지에 실렸다. 그는 리투아니아어로 쓰여진 토마스 스롬바스의 작품, 『갓/씽(God/Thing, Vario Burnos 2011)』을 영어로 번역했으며, 현재 김경주 시집 『나는 이 세상에 없는 계절이다』를 정희연과 공동으로 한영 번역 중이다. 현재 서울대학교에서 비교문학 전공 박사과정 중이며, 연세대학교 강사로 재직 중이다. 또한 애리조나 투산 소재의 작은 출판사 스포크 프레스(Spork Press)에서 편집장을 맡고 있다.

 

   《문장웹진 11월호》

 

목록

답글 남기기